2024-04-23 15:25 (화)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102) 서정주의 송시(頌詩)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102) 서정주의 송시(頌詩)
  • 김정수 전 중앙일보 경제 대기자
  • econopal@hotmail.com
  • 승인 2022.11.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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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 KDI 도서실에 걸렸던 詩서 김학렬의 'KDI 산파역' 기려
경제정책 자립의 상징 … 아시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성장
개관식에 초청됐던 부인 김옥남, 인재육성 바라는 액자 선물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쓰루가 저세상으로 떠나고 4개월 뒤인 1972년 7월, 홍릉에 신축된 KDI가 개관식을 가졌다. 기념식에는 그를 대신해 김옥남 여사가 참석하고 있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설립 결정, 부지 확보, 초대 원장 발탁에 이르기까지 연구원 설립에 그가 얼마나 관심과 정성을 들였는지, 그녀뿐 아니라 식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인사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포철 3인'이 박태준, 박통, 쓰루라면 'KDI 3인'은 김만제, 박통, 쓰루였다.

쓰루가 그토록 애지중지했으나 KDI의 완공을 볼 운명은 아니었다. 1972년 7월 홍능 연구개발단지 안에 터를 잡은 한국개발연구원이 준공식을 가졌을 때는 쓰루 사후 5개월 뒤였다. 사진은 준공식에 참석한 박 통이 개관 테이프를 자르는 모습을 담은 2011년 4월 26일 중앙일보 18면. 사진 오른쪽부터 태완선 부총리, 박 통, 한 사람 건너서 김만제 초대 원장.

식장에 참석한 지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그녀는 박통을 대하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박통이 "김 부총리의 KDI에 대한 정성과 공로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했으나 그녀의 눈물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KDI 준공식에 쓰루를 대신해 참석했던 그의 부인은 도주개발(陶鑄開發)이라는 액자를 연구원에 증정하여 연구자들이 정책연구에 매진하여 경제개발에 이바지 할 것을 기원했다. 세종시로 연구원이 옮겨가기 전에는 연구원 2층 복도 한 벽면에 그 액자가 연구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개관식 며칠 후 그녀가 김만제 원장에게 액자를 하나 가져갔다. 액자의 휘호는 '도주개발(陶鑄開發)'이었다. "도자기를 빚어 만들고 쇠그릇을 부어 만들듯, 정성을 다해서 인재를 개발하여 KDI를 우리나라의 훌륭한 경제 두뇌 집단으로 육성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정인영, 『홍릉 숲 속의 경제 브레인들』서 인용)

KDI가 홍릉에 있던 시절, 도서실에는 당대 최고의 원로시인 서정주 선생에게서 글을 받아 경암(景岩) 김상필 선생이 붓글씨로 쓴 송시(頌詩) 하나가 걸려 있었다.

前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김학렬 박사 송시

경제 두루 잘사는

알찬 조국 만들려고

깊은 골에 빛나는

금강석 빛발같이

한밤중을 울어대는

귀뚜리같이

가장 구석진 곳의 정밀한

시계 소리같이

늘 항상 그 빛나는 머리와

정성 기울여

이 전당 세우는 데 애써주신

김학렬 선생의 그 끈덕진

끈기 길이길이 이으리라. 1972년 5월

한국의 경제정책 수립의 자립(自立)을 상징하는 KDI는 경제기획원, 나아가 모든 경제부처의 싱크탱크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입지가 강화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경제연구소로 세계 유수한 경제연구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8년 KDI는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8100개의 연구 기관 중 20위를 차지함으로써 2013년 이래 6년 연속 아시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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