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자립의 상징 … 아시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성장
개관식에 초청됐던 부인 김옥남, 인재육성 바라는 액자 선물

쓰루가 저세상으로 떠나고 4개월 뒤인 1972년 7월, 홍릉에 신축된 KDI가 개관식을 가졌다. 기념식에는 그를 대신해 김옥남 여사가 참석하고 있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설립 결정, 부지 확보, 초대 원장 발탁에 이르기까지 연구원 설립에 그가 얼마나 관심과 정성을 들였는지, 그녀뿐 아니라 식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인사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포철 3인'이 박태준, 박통, 쓰루라면 'KDI 3인'은 김만제, 박통, 쓰루였다.

식장에 참석한 지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그녀는 박통을 대하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박통이 "김 부총리의 KDI에 대한 정성과 공로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했으나 그녀의 눈물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개관식 며칠 후 그녀가 김만제 원장에게 액자를 하나 가져갔다. 액자의 휘호는 '도주개발(陶鑄開發)'이었다. "도자기를 빚어 만들고 쇠그릇을 부어 만들듯, 정성을 다해서 인재를 개발하여 KDI를 우리나라의 훌륭한 경제 두뇌 집단으로 육성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정인영, 『홍릉 숲 속의 경제 브레인들』서 인용)
KDI가 홍릉에 있던 시절, 도서실에는 당대 최고의 원로시인 서정주 선생에게서 글을 받아 경암(景岩) 김상필 선생이 붓글씨로 쓴 송시(頌詩) 하나가 걸려 있었다.
前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김학렬 박사 송시
경제 두루 잘사는
알찬 조국 만들려고
깊은 골에 빛나는
금강석 빛발같이
한밤중을 울어대는
귀뚜리같이
가장 구석진 곳의 정밀한
시계 소리같이
늘 항상 그 빛나는 머리와
정성 기울여
이 전당 세우는 데 애써주신
김학렬 선생의 그 끈덕진
끈기 길이길이 이으리라. 1972년 5월
한국의 경제정책 수립의 자립(自立)을 상징하는 KDI는 경제기획원, 나아가 모든 경제부처의 싱크탱크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입지가 강화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경제연구소로 세계 유수한 경제연구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8년 KDI는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8100개의 연구 기관 중 20위를 차지함으로써 2013년 이래 6년 연속 아시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