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치맥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과 젠슨 황 CEO의 장녀인 메디슨 황도 함께 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소재 한국식 치킨집 '99치킨'에서 황 CEO를 만났다. 99치킨은 '치맥 마니아'인 황 CEO의 단골집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회동에는 엔비디아에서 제프 피셔 수석부사장, 카우식 고쉬 부사장 등이, SK에서 김주선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인프라 총괄 등이 동석했다. 이들은 저녁 시간에 맞춰 치킨과 소주, 맥주, 한국식 치킨을 주문해 먹으며 식사를 겸한 대화를 나눴다.
최 회장과 황 CEO는 두 시간에 걸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올 하반기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출시할 예정이다. 베라 루빈을 제때 출시하려면 SK하이닉스의 원활한 HBM4 공급이 필수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블랙웰에 사용되는 5세대 HBM3E 물량의 70%를 맡고 있다. 베라 루빈에 탑재될 HBM4도 60% 이상 초도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날 회동에는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전략본부장, 황 CEO의 딸인 메디슨 황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SK바이오팜은 바이오와 AI를 결합한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메디슨 황은 엔비디아 제품 마케팅 총괄 시니어 디렉터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방문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 SK바이오팜의 엔비디아 AI 플랫폼 활용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이날 황 CEO에게 SK하이닉스 반도체 콘셉트의 스낵 'HBM칩스'와 AI 산업의 SK하이닉스의 역사와 자신의 리더십을 조명한 신간 '슈퍼 모멘텀'을 선물했다. 슈퍼 모멘텀에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는 제목의 최 회장 인터뷰가 실렸다. 최 회장은 여기서 황 CEO에 대해 "미래를 보고, 읽고, 쓰는 사람. 탁월한 승부사이자 협상가"라고 소개했다.
최 회장과 황 CEO가 100억달러(약 14조5000억원)를 출자해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세울 'AI컴퍼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을 지도 업계의 관심거리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인 솔리다임을 'AI 컴퍼니'로 바꾼 뒤 AI 투자와 솔루션 사업을 전담하는 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디지털 트윈 등 AI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황 CEO와 최 회장이 AI 컴퍼니의 비전을 놓고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