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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④ 죽음 부른 엠파이어(Empire) 스타일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④ 죽음 부른 엠파이어(Empire) 스타일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2.11.30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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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풀거리는 얇은 천으로, 허리선을 바로 젖가슴 아래까지 올려 여성의 곡선미 강조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하고 퇴장하기까지 10여년 간 프랑스 등 유럽 전역서 유행
겨울에 몸매 과시하려 옷에 물 묻혀 … 1803년부터 2년간 매일 6만 여명 폐렴 앓아
조세핀 황후도 폐렴으로 사망…춥게 입거나 너무 따뜻하게 입는 것 둘 다 건강 해쳐

18세기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은 산업을 발달시키고 유럽인의 시민의식을 높였다. 귀족 위주의 바로크·로코코 스타일에 환멸을 느꼈던 유럽인들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고전적 양식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바로 신고전주의(Neo-Classicism Style)였다. 옷도 그랬다.

사치스럽고 불편한 옷보다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옷이 요구되었다. 몇 백년 동안 졸라매던 허리를 해방시켰다. 더하여 그리스 건축물의 원주 같은 주름도 옷에 표현하였다. 나풀거리는 얇은 천으로, 허리선이 바로 젖가슴 아래까지 올라가서 발목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하체가 다 드러나 보이도록 하여 여성의 곡선미를 드러내었다.

바로 '엠파이어(Empire) 스타일'이었다.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하고 퇴장하기까지 10여년 간 유행했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유럽 여성의 외피를 완전히 바꾸었을 정도로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18세기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은 산업을 발달시키고 유럽인의 시민의식을 높였다. 귀족 위주의 바로크·로코코 스타일에 환멸을 느꼈던 유럽인들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고전적 양식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18세기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은 산업을 발달시키고 유럽인의 시민의식을 높였다. 귀족 위주의 바로크·로코코 스타일에 환멸을 느꼈던 유럽인들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고전적 양식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때마침 이 엠파이어 스타일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옷감이 있었다. 인도의 면사(綿絲)로 얇고 성글게 짠 머슬린(muslin)이었다. 이제까지 입었던 두껍고 투박한 모직물과 달리, 얇고 가볍고 하늘거리기까지 하는 머슬린은 그야말로 유럽 여성들에게 꿈의 옷감이었다. 얼마나 이를 사랑했던지 추운 겨울에도 이 얇고 가벼운 옷을 벗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곡선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성들은 속옷조차 입지 않았고 심지어 드레스를 물에 적셔서까지 입었다. 머슬린은 매우 얇고 반투명해서 젖으면 더욱 투명해지고, 몸에 달라붙어서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는 점과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얼마나 추웠을까.

하지만 이 멋 내기에는 희생이 따랐다. 기록에 의하면 축축한 머슬린 드레스를 입음으로써 1803년과 1804년에 매일 6만여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오늘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비교된다. 당시 의료 수준이나 인구수를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나폴레옹 황제의 조세핀 황후도 바로 이 폐렴으로 목숨을 잃었다. '머슬린 디지즈(muslin disease)'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래도 유행은 그치지 않았다.

정권을 잡은 나폴레옹도 자국의 직물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기계로 직물을 다량 생산하여도 워낙 얇고 가볍게 입는 유행 때문에 소비가 뒷받침하지 못했다. 나폴레옹은 묘안을 내었다. 아무리 추워도 파티 장소에는 난방을 하지 않도록 하였고, 또한 공식 장소에 같은 옷을 두 번 입고 나오지 못하게까지 했다. 

나폴레옹의 묘책은 성공한 듯했다. 그러나 그의 정책이 성공해서인지, 물처럼 흐르는 것이 유행이므로 새로운 유행에 밀려서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머슬린 유행은 나폴레옹의 퇴장과 함께 끝이 났다.  

엠파이어 스타일처럼 옷을 너무 춥게 입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따뜻하게 입는 것도 문제라고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적절한 양의 옷으로 추위뿐만 아니라 추위 적응 능력까지 함께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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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송명견(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40여년 동안 옷에 대해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친 의생활문화 전문가. 그 과정에서 '옷이 곧 사람이고 역사'라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글을 쓰는 '옷 칼럼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패션 인사이트>를 시작으로 <아시아경제신문> <농촌여성신문> <강남 라이프>(서울 강남구청 소식지)에 동서고금의 옷과 패션산업을 주제로 글을 연재했다.

또한 <기능복>(1998년, 공저)부터 <바느질하는 여인이 그립다>(2006년), <옷, 벗기고 보니>(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 선정), <옷은 사람이다>(2014년), <옷으로 세상 여행>(2018년) 등의 책을 저술했다. 그는 오늘도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회의 모습과 시대적 가치'를 찾고자 고민한다.

서울대학교 농가정학과를 나와 이화여대에서 석사를,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임하며 일본 문화여자대학 연구교수,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교수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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