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35 (금)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실전에 약한' 유망선수'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실전에 약한' 유망선수'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5.31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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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과 훈련때는 펄펄 날다가 경기에선 죽 쒀 감독들도 선수기용 혼란
‘미완의 기대주’로 남는 선수 적잖아…신태용은 트레이드후 펄펄 날아
사진(김정혁 전 목포시청 축구단 감독(왼쪽),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대한축구협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김정혁 전 목포시청 축구단 감독(왼쪽),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대한축구협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프로 스포츠 선수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거쳐 톱스타가 된 선수.

둘째,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입단했으나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선수. 셋째,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프로에 와서 꽃을 피운 선수.

1번과 3번 선수는 계속 좋은 활약을 하니까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번은 반짝 관심을 받다가 알게 모르게 사라지고 만다. 이런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나는 이들을 '감독을 속이는 선수'라고 부른다. 엄밀히 따지면 감독을 속인다기 보다는 '감독이 속는 선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입단하기 전, 그러니까 학생 때나 아마추어 선수 때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입단하고 나서도 훈련 때나 연습경기 때는 엄청난 실력과 잠재력을 확인시켜줌으로써 감독을 흐뭇하게 만든다. 입단 전 혹사를 당했거나 부상을 숨긴 경우는 제외다. 이들은 연습 때도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

감독은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걸기 마련이다. 이들을 활용한 작전과 계획으로 한 시즌을 준비한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 계획했던 모든 것이 다 헝클어진다. 훈련 때 보여줬던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 '긴장했겠지',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겠지', '컨디션이 나빠서 그럴 거야' 등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인다.

그 선수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반드시 나타나리라 믿고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기용한다. 주위에서 비난이 쏟아져도 언젠가 '포텐이 터져'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주기를 바란다.

내가 지켜본 선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1990년대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에서 뛰었던 김정혁이라는 선수다. 대우는 9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명지대 공격수였던 김정혁을 점찍어 놓았는데 우선 순위였던 천마 일화가 1순위로 낙점해버렸다. 그러자 대우는 자기네 1순위 이태홍과 2순위 신태용을 일화에 내주고 김정혁을 데려오는 2대1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이 트레이드는 두고두고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이태홍과 신태용도 명색이 올림픽 대표선수였는데 1대1도 아니고, 2대1 트레이드라니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김정혁은 92시즌에 2골,2도움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반면 신태용은 9골,5도움으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93,94시즌은 더 심했다. 대우 조광래 감독은 김정혁을 계속 경기에 내보냈으나 두 시즌 연속으로 무득점, 무도움. 2년 동안 공격 포인트가 0이었다.

조광래 감독에게 "왜 김정혁을 자꾸 기용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이러했다. "연습 때 보면 기가 막혀요." 언젠가는 터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끝내 터지지 않았다. 김정혁은 국가대표 팀에서도 17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2002년 은퇴한 김정혁은 목포시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신인상에 이어 96년 득점왕, 2001년 MVP에 오른 신태용이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프로야구나 농구, 배구에서도 당연히 '감독을 속이는' 선수들이 있다. 자신의 뛰어난 기량을 무대에서 펼치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면 감독뿐만 아니고 팬들의 입장에서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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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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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덩어리 2021-07-25 20:18:15
참 안타까운 비운의 선수죠. 그가 프로팀이나 대표팀에서 언뜻언뜻 보여주는 기량와 센스는 기존 한국선수들에선 찾아보기힘든 탈한국급 선수였고 그가 경기에서 제대로 실력발휘만 했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였는데 말이죠. 축구 스트라이커치곤 강한 투쟁심과 저돌성이 없는 너무 소극적이고 얌전한 성격 탓이 아니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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