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여성 500만명 근접하자 국회서도 국회의원 상대 남녀 피임기구 '실물 강의'
1964년 들어 정부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정책 중의 하나가 가족계획이었다. 이 문제는 미국과의 경제정책 협의에서까지 논의되었고, 미국은 한국의 가족계획을 지원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가족계획정책은 기획원 차관으로서 쓰루가 예사롭지 않은 관심과 예산을 투입한 국가과제였다.
"우리나라엔 현재 아이를 밸 수 있는 여인층이 400만 내지 450만입니다."
25일 상오 국회 재경위에 나온 쓰루는 묘하게 생긴 몇 가지 플라스틱 제품을 손에 들고 열심히 '가족계획'에 관해 설명했다. 그해 예산 설명 도중 튀어나온 가족계획을 풀이하면서 "남자가 피임기구를 사용하면 연간 1인당 300개 또는 그 이상 들 것이고, 여자용 피임기구인 이것은 1년에 하나만 쓰면 족하며, 그 사용법은 이것을 여자 측에 이렇게 하고……"라며 기구 사용법을 손으로 연출(?)까지 하고 "값은 수입하면 한 개에 10원 선, 국내에서 생산하면 20원"이라고 국내외 가격 비교까지 했다.
사회를 맡은 김성곤 위원장은 콧수염을 만지며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때 야당 이충환 의원이 "그것, 그 기구 말이요…… 한번 이쪽으로 돌려보쇼……" 하여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개발 지원 대상국의 가족계획에 대해 미국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1964년에 러스크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때다. 버넷 국무차관보가 쓰루 차관을 방문해 한국 경제 설명을 듣고 나서 인구 문제와 가족계획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자 쓰루는 책상 속에서 여러 가지 피임기구가 든 상자를 꺼내놓고 그 사용법을 강의(?)하면서 그것을 전국 가정에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버넷 차관보는 "미국 정부가 그 계획에 대해 즉각 원조해줄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골치 아픈 숫자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실물을 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던 모양. 김 차관이 책상 속에 피임기구를 상비(?)하고 있는 것은 가족계획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입증하는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