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1 02:00 (목)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 김도훈의 'ACL피날레'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 김도훈의 'ACL피날레'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0.12.22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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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감독 계약 끝내면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일궈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 최용수 대신 들어가 역전패해 '마음 고생'
당시 차범근 감독 "하석주 퇴장돼 수비 보완위해 김도훈에 풀타임"
사진(울산 현대 축구단 김도훈 감독(오른쪽))=울산 현대 축구단/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울산 현대 축구단 김도훈 감독(오른쪽))=울산 현대 축구단/이코노텔링그래픽팀.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김도훈 감독이 멋지게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9일 카타르 알와크라에서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서 이란의 페르세폴리세를 2-1로 꺾고 우승했다. 2012년 이후 8년 만의 우승이며 한국 팀으로는 2016년 전북 현대 이후 4년 만의 쾌거다.

비록 유럽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울산은 올 시즌 국내 K리그에서 준우승에 그쳤고, 김도훈 감독은 올해 감독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김도훈 하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먼저 생각난다. 프랑스 월드컵은 22년 전 일이지만 내가 처음으로 현장 취재를 한 월드컵이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멕시코와의 예선리그 1차전에서 김도훈은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당시 대표 팀의 최고 공격수는 최용수였기에 기자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최용수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17골 중 9골을 혼자 넣을 정도로 출중했다. 김도훈을 선발 원톱으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당시 차범근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전력상 멕시코는 우리보다 한 수 위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멕시코에 이기거나 최소한 비겨야 한다. 전반은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후반에 최용수를 투입해 승부를 보겠다."

한국은 전반 27분, 하석주의 프리킥 선취골로 기세를 올렸다. 한국이 역대 월드컵에서 선취골을 넣은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기자석도 환호의 도가니였다.

그런데 3분 뒤, 흥분한 하석주가 백태클로 퇴장을 당했다. 펄펄 끓던 용암이 차가운 얼음물에 들어가 순식간에 굳어버린 듯 했다. 불과 3분만이었다. 그 때의 써늘했던 느낌은 잊을 수 없다.

한국은 10명으로 전반을 잘 버텼다. 그런데 후반전에도 최용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김도훈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한국은 후반에만 세 골을 먹어 1-3으로 역전패했다.

난리가 났다. 최용수를 왜 뺏느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심지어 기독교신자인 차 감독이 불교인 최용수를 빼고, 기독교인 김도훈을 넣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물론 '가짜뉴스'였다. 반대로 최용수가 기독교, 김도훈이 불교였다.

그렇다면 차 감독은 왜 그랬을까. 경기 후 차 감독의 해명은 이랬다.

"후반전에는 용수를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석주 퇴장으로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수비를 더 강화해야 했다. 골 결정력은 용수가 좋지만 원톱으로서 볼을 오래 키핑하는 능력은 도훈이가 낫다. 그래서 그대로 도훈이로 간 것이다."

나는 차 감독의 해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사도 그렇게 썼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차 감독과 하석주는 당연히(?) 마음고생을 했다. 최용수는 화가 났고, 김도훈은 잘못한 게 없음에도 괜히 가시방석에 앉은 듯했다.

당시 불편했을 김도훈 선수를 생각하다가도 지도자로서 성공한 김도훈 감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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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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