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또 훌륭한 의사를 잃었다. 지난해 연말, 서울 삼성 강북병원의 임세원 정신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데 이어 응급 환자의 생명을 지키려 밤샘 근무를 자처했던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과로사’로 숨을 거뒀다.
이토록 책임감이 강하고 헌신하는 의사들이 있다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토록 병원의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의료계가 목청을 높였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고 한다.
정치권이 470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면서 자신들의 정치적이익을 위해선 몇천억원,아니 몇조원도 쌈짓돈처럼 배정하는 것과는 달랐다. 국민건강과 직결한 예산이나 의료진 인력충원과 처우 개선에 쓰일 돈은 늘 빠듯하다고 한다. 국민입장에서보면 이런 환경에서 세계적 수준의 의료혜택을 받는 것은 ‘기적’이다. 윤 센터장은 응급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나라를 꿈꿨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보면 실상을 금방 알수 있다. 북적이는 모양을 보면 시장이 따로 없다. 눈을 비비면서 환자를 만나는 의사를 쉽게 볼수 있다.
그래서 윤센터장도 퇴근은 일주일에 한 번 했다. 업무가 적으면 토요일 밤, 업무가 많으면 일요일 밤이 그의 퇴근 시간이었다고 한다. 집에 갔어도 월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의료원으로 돌아왔다. 부인 민영주씨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가족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가족은 경기도 안양시의 낡은 30평형대 아파트에 산다. 의료원 월급은 대학병원 의사 월급의 8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책임감과 열정만이 윤 센터장으로 하여금 그런 격무를 이겨내게 했다.
임세원 교수역시 “힘겹다. 하지만 이게 나의 일이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 극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가 뭐라 해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힘들어도 오늘을 견디어 보자. 당신(환자)의 삶에 기회를 조금 더 주어보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 함께 살아보자.”
이 두 의사에게 우리 사회는 빚을 많이졌다. 정부가 윤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한편으론 반갑지만 꼭 일이 터져야 뒷북 지원을 하는 일회성 전시행정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 두 의사가 쏘아 올린 ‘희망의 작은 공’을 우리는 잊어선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