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이 오는 11월 소기름(우지·牛脂)을 쓴 라면을 36년 만에 다시 출시한다.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라면 브랜드로 도약하자 1989년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우지 파동'으로 시장점유율이 급락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삼양식품은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한 1963년을 기념해 다음달 '삼양라면 1963'으로 신제품 발표 행사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신제품은 면을 팜유가 아닌 우지로 튀겨 내놓는다. 삼양식품은 "우지로 튀긴 라면은 풍미가 좋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삼양라면 1963'은 이 회사 국물라면 가운데 처음으로 우골(소뼈)로 만든 '별첨 액상 스프'를 넣어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농심의 프리미엄 제품 '신라면 블랙'처럼 개당 15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라면은 1989년 이른바 '우지 파동'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공업용 우지로 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가 접수돼 검찰이 주요 라면업체를 수사했다. 특히 '공업용 우지' 표현이 제조업체 공장에서 쓰는 기름을 썼다는 식으로 인식돼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조사에 나선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해당 기름이 재가공, 정제 과정을 거쳐 튀김 기름으로 써도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밝혔지만, 삼양식품 이미지는 크게 악화되고 시장점유율도 하락했다. 이후 삼양식품은 우지를 쓰지 않고 팜유만 사용했다. '우지 파동'은 1995년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고, 1997년 대법원이 확정 판결로 종결됐다.
삼양식품이 우지 라면을 36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것은 우지가 건강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약해지는 등 소비자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지의 포화지방산 비율이 43% 정도인 데 비해 팜유는 약 50%다. 1980년대 우지 라면의 맛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