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청와대를 떠났다. 그가 사의를 표명하자마자 바로 받아들여졌으니 모양새는 ‘경질’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의 퇴진과 관계없이 따질 것은 따져야겠다. 그의 발언이 공직자의 자세에서 나온 것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도 황당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었다.
김 전 보좌관의 말대로 50대, 60대가 동남아시아로 가면 진정 새 삶이 열리는 것인가. 공직자라면 그런 제도나 토양을 먼저 만들어 놓고 그런 말을 해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막무가내로 남의 나라 이야기하듯이 그런 언급을 한다는 자체가 놀랍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좋다. 동남아시아에서 한류 바람도 불고 한글 학습 열풍도 분다고 하니 우리의 유휴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 면밀히 고민을 해야하는데 그런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지원책을 만들어 놓고 ‘정책 세일’을 해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를테면 한글 해외교사 자격 코스 등 일정한 훈련프로그램을 만들고 여기에 세금을 쓴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 인도로 가야한다”며 마치 비아냥 거리듯 내뱉었다. 5060 세대를 이 정부에 등을 돌리는 세력으로 간주해 그런 말을 했다면 김 전 보좌관은 공직자도 아니요,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칠 자격 역시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경제정책의 근간을 손질하고 중단기 경제 활성화 대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에 있었다니 놀랍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그게 우리의 실력’이라면 할 말이 없다.
‘김현철 발언’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청와대 내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적잖은 국민들은 생각할 수 있다. 경제정책만큼은 실사구시의 틀에서 짜여져야하는데 ‘공리’(空理)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경제현장을 외면해 서민과 자영업자들을 울리고 있는 ‘최저임금 사태’가 대표적인 탁상행정의 표본 아닌가.
현장 경험이 없으면 현장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라도 있어야 하는데 김 보좌관의 발언은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러도 한참 세게 질렀다. 노영민 실장을 축으로 한 ‘청와대 비서실 2기’에 그래도 한 가닥 쇄신 바람이라도 불 것이라고 봤는데 실망스럽다 못해 낙담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