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6일 "1960년대부터 지속된 수출주도형 경제 성장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 규모 6조 달러(8,600조 원)에 달하는 한일 경제연대(블록)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날 유튜브 삼프로TV·언더스탠딩·압권 등 3개 채널과의 공동 인터뷰를 통해 한국경제의 새 성장 해법으로 한일 경제연대와 함께 성장지향형 규제 전환, 인공지능(AI) 투자, 해외 인재 유입 등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먼저 "한국과 일본이 연대해 블록(권역)화하면 6조 달러 규모의 시장을 창출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며 "이는 세계 4위 규모의 경제 블록으로 대외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금 (세계 경제) 룰을 결정하는 것은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유럽연합(EU) 정도이고 우리는 그 룰을 테이크(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혼자 국제 질서나 룰을 바꿀만한 힘은 부족하기 때문에 같이 연대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수년 전부터 한일 경제 블록화를 주장해 왔던 최 회장은 이날 "유럽연합(EU)은 27개국에서 의견일치를 보려면 몇 년씩 걸리는데 (한일은) 둘이서 하면 오래 걸릴 일이 없으니 훨씬 효율적인 EU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부터 이어 온 수출 중심 경제 성장 공식이 이제 통하지 않게 된 주된 이유로는 최근의 미국 관세 정책과 급변하는 국제 질서 등을 꼽았다.
또 그는 성장기업 지원을 위해 규제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최 회장은 "중소기업을 무조건 보호하는 정책은 낡은 방식"이라며 "성장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산업별로 핵심 공급망을 강화하고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옛날 러시아(소련)와 미국이 군비 경쟁할 때처럼 미·중 양국은 AI 투자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더라도 해야 할 투자는 해야 한다. AI 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메가 샌드박스를 도입해 가로막힌 성장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최 회장은 "지역에 AI 실험장과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고 해외 인재가 일정 기간 국내에 머무르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린카드(영주권) 발급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싱가포르나 두바이처럼 해외 고급 인력이 한국에 와서 일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한국 경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선친이신 고 최종현 선대 회장께서는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씀을 늘 하셨다"며 "기업은 단순히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주체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하고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롯한 APEC 회원국 정상이 모여 많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미·중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짐작할 가늠자가 될 자리"라고 소개했다.
오는 28일부터 나흘간 경주에서 진행되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을 맡은 그는 "1,700여 명이 참여하는 이번 서밋은 보호무역주의 시대의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인 APEC CEO 서밋은 대한상의가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이다.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는 물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9일 기조연설에 이어 30일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