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핵심국 말레이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다. 이로써 한국은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제품의 수출 확대 기반을 닦는 대신 말레이시아에 레몬주스, 두리안, 넙치, 게, 연어 등 농식품에 대한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게 된다.
산업통상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뜽쿠 자프룰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 한-말레이시아 FT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미 한-아세안 FTA, 한·중·일과 아세안이 참여한 메가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맺었다. 기존 중첩된 FTA가 존재함에도 양자 FTA를 체결한 것은 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통해 상호이익을 극대화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간 신냉전 격화와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수출 다변화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양자 FTA 체결이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우리나라의 3위 교역국이자 4위 투자 대상국이다. 아세안을 떠나서도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세계 12위 교역 대상국이다. 말레이시아는 팜유, 주석,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 보유국이다. 패키징과 테스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양자 FTA가 발효되면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전체 품목의 94.8%, 92.7%를 각각 자유화하게 된다. 말레이시아는 총 682개 품목, 한국은 총 288개 품목의 관세를 한-아세안 FTA 및 RCEP 대비 추가 인하 또는 철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주력 수출품의 추가 개방을 얻어냄으로써 말레이시아 진출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현재 관세 10%가 적용되는 CKD(완성차 조립용 부품세트) 전기차 세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대상 관세가 철폐된다. 30%인 완성 전기차 SUV 관세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CKD 자동차의 관세도 전반적으로 인하된다. 기존 RCEP를 통해 철폐가 단계적으로 진행 중인 가솔린 CKD 자동차 관세(8~28%)를 연도별로 약 1~3%포인트씩 추가로 내린다. RCEP에서 양허되지 않았던 나머지 자동차 관세도 8%에서 4%로 낮춘다.
철강 분야에선 5%인 냉연, 도금강판 등 9개 품목 관세가 철폐된다. 열연 등 12개 품목 관세는 15%에서 10%로 낮춘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화학제품 관세도 철폐돼 한국 기업의 판로가 확대된다.
한국은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농식품 위주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한다. 바나나, 파인애플, 생강, 소시지의 관세가 철폐된다. 넙치, 볼락, 게 등 수산물과 참나무, 편백나무 등 제재목 관세는 감축된다. 기존 RCEP에 따라 인하·철폐가 단계적으로 진행 중인 레몬·라임 등 과실주스와 참치·연어 등 수산물의 관세 인하 및 철폐 일정도 빨라진다.
산업통상부는 "추가 개방 대상인 농식품류 수입 규모가 제한적이고 쌀, 채소, 새우, 고등어, 표고버섯 등 국내 시장 영향이 큰 민감 농식품의 추가 개방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