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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⑯페트로 달러와 스테이블코인(4) 빚쟁이 미국의 희망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⑯페트로 달러와 스테이블코인(4) 빚쟁이 미국의 희망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6.01.0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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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조 달러의 빚을 안고 있는 미국, 1971년 '닉슨 쇼크' 에서 무얼 배울까
달러와 금 바꿔주지 않겠다며 사회주의 짙은 임금동결 조치에 세계 경악

빚쟁이 미국. 빚이 많아도 너무 많다. 결국 "나 돈 못 줘"라는 소리가 나올까? 세계 최강 미국인데? 1971년 '닉슨쇼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때 미국은 실질적인 디폴트 상태였다. 지금 세계는 그 당시 미국과 그 동맹국 관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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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8월 15일 저녁이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은 TV를 통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다. 발표 제목은 '신경제정책'. 겉으로는 뭔가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선언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담화문에는 내수용도 있었다. "90일간 임금ㆍ물가를 동결한다"는 내용이었다.

워낙 사회주의 성격이 짙어 보통 때라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달러의 금태환 중지' 선언과 함께였다. 세상은 이 '내수용 정책'을 그저 물타기 전략쯤으로 여겼다. 그만큼 '금태환 중지' 선언은 충격적이었다. 이후 역사는 이 정책 발표에 '닉슨쇼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닉슨쇼크', 딴 거 아니다. "35달러를 가져오면 언제든 금 1온스로 바꿔주겠다"는, 세계를 향한 미국의 약속을, 미국 스스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사건이다. 이유? 뻔했다.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냈던 탓이다. 국제협정에 의하면, 1944년 미국이 세계와 체결한 '브레트우즈협정'이란 것을 통해, 이 '달러'는 모두 금으로 바꿔줘야 했다. 그런데 미국은 그럴 형편이 못 됐다. 찍어낸 달러에 비하면 보유한 금이 형편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당시 미국은 빚을 감당할 수 없었던 엄청난 빚쟁이였던 것. 그런 미국이 "금 없어, 금 못 줘"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세상은 이를 실질적인 '디폴트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2025년의 마지막 날 우리는 반세기 전의 바로 이 대목에서 첫 번째 교훈을 얻는다. 세계 최강 미국도 빚을 못 갚겠다며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어떤가? 미국은 무려 38조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세상 누구라도 말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갚을 수 없는 빚"이란 것이다. 그럼 미국도 파산을 선언하고 IMF로부터 '돈'을 빌릴까? 빌려야 할까? 물론 그럴 리는 없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영국이나 아르헨티나, 그리스 등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의 통화는 모두 '달러'다. 그런데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 미국이 IMF로부터 달러를 빌린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닉슨쇼크’ 직후 일본을 방문해 설득에 나섰던 폴 볼커가 교텐 토요와 함께 저술한 회고록 《운명의 전환(Changing Fortunes)》 ※자료=Amazon.com
'닉슨쇼크' 직후 일본을 방문해 설득에 나섰던 폴 볼커가 교텐 토요와 함께 저술한 회고록 《운명의 전환(Changing Fortunes)》 ※자료=Amazon.com.

'닉슨쇼크'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은 또 "빚을 안 갚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게 뻔하다.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안보를 책임지지 않느냐"는 등의 이유를 대며 달러를 들고 있는 동맹국에게 '100년 무이자 채권'을 사라고 강요하거나 '국채 50% 할인 매입' 등을 내세울 수 있다. 그 전에 미국은 유럽과 일본, 한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대미 투자용'이란 명목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이자 채권'이나 '국채 할인 매입'이 나올 가능성은 작지 않다. 그만큼 미국의 부채는 크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세상은 또다시 '미국의 실질적인 디폴트 선언'으로 여기고 '닉슨쇼크'처럼 '트럼프쇼크'란 말을 붙이게 될지도 모른다.

자, 다시 1971년 '닉슨쇼크'로 돌아가자. 당시 빚쟁이 미국은 "금 못 줘, 배 째" 하며 실질적인 디폴트를 선언했다. 돌이켜보면 세상에 빚을 갚지 못할 상황에 처했던 나라는 많다. 우리나라도 그랬고 영국, 아르헨티나, 그리스도 그랬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 IMF로부터 돈을 빌렸고 그 대신 돈을 빌려준 IMF가 요구하는 굴욕적인 조건들을 들어줘야 했다. 금리를 대폭 올려야 했고 증세에 구조조정에 시장개방, 노동개혁 등 외국 자본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놔야 했다.

그럼 1971년 당시 미국은 어땠을까?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중동 산유국 등 달러를 많이 들고 있는 나라들, 즉 채권국들의 요구를 들어줬을까? 그럴 리가! 세계 최강 미국이었다. 힘센 빚쟁이와 힘없는 빚쟁이는 채권자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힘없는 빚쟁이야 굽신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힘센 빚쟁이는 목을 빳빳하게 세울 수 있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이렇게 당당하게 나갈 수 있다. 그렇다. 이게 오늘날 세계가 1971년 '닉슨쇼크'에서 배울 수 있는 두 번째 교훈이다.

당시 미국은 뻔뻔스럽다고 할 만한 전략을 갖고 있었다. 채권국에 '돈=금'은 갚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원하는 것은 얻으려 했다. '기축통화국의 유지'가 첫째요, '약(弱)달러를 근간으로 한 무역수지 개선'이 둘째였다. 미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맹국=채권국'을 설득하려 했다. 그래서 닉슨은 주요 '동맹국=채권국'에 특사를 보낸다. 우리가 빚은 못 갚아, 그럼 세계경제에 위기가 닥칠 거야, 자칫 소련 등 공산주의 세력이 우리 자유진영을 위태롭게 할지 몰라, 그러니 너희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야 해, 알았지?

그럼 여기서 말하는 '이렇게 저렇게'의 내용은 뭘까? 핵심은 두 가지다. "달러가 폭락할 텐데 그냥 둬"가 첫째요 "그럼에도 너희 통화는 달러에 고정시켜야 해"가 둘째다.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동맹국=채권국'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예써(Yes, Sir)"라 했을까? 여기에 지금의 세계가 반세기 전 '닉슨쇼크'에서 배울, 매우 중요한, 세 번째 교훈이 담겨 있다. 닉슨의 뜻을 전하기 위해 특사로 일본을 방문했던, 당시 재무부 차관으로, 향후 연준 의장이 될 폴 볼커(Paul Volcker)의 얘기를 들어 보자.

"순진하게도 나는 한두 달 내로 환율 재조정 문제를 끝내고 개혁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나는 그 대신 큰판에서 이뤄지는 협상을 통해 속성 교육을 받았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우리가 환금(換金) 창구를 닫은 뒤였음에도(after we shut the gold window), 주요 나라가 달러에 대해 자국 통화가치가 급속하게 올라가는 것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내 돈을 빌리고 그 빚을 못 갚겠다고 "배 째"를 외치면, 그게 아무리 힘센 나라,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 해도 배알이 꼴리는 데, 자기를 위해 이래라 저래라 요구까지 더하면 이를 견딜 나라도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그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채권국'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로 엄청난 돈을 벌던 일본도 독일도 이 같은 미국의 요구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로 달러를 사들였다. 자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막아 경제를 살리려는, 그야말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이 같은 일본과 독일의 행태에 충격을 받았지만, 미국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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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 ❙ 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 ❙ 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 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식민과 제국의 길』『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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