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통화당국이 시중 달러화 수요를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를 억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재부와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면서 첫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를 줄여 달러화 유출을 막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 규모는 486조4260억원으로 올해 들어 55조4290억원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시중에서 달러화를 사들여 해외 주식투자를 한다. 그 결과 개인 투자자(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투자 열기로 나타나는 시중 달러화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보유액은 1750억달러다. 특히 이 중 93.9%인 1666억8000만달러가 미국 주식이다. 국내 증시가 활황인데도 10월 한 달 사이 역대 최대인 68억1000만달러 늘었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가 개인 투자자인 서학개미의 해외투자를 막을 수단이 없는 현실에서 우선 해외투자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를 줄이거나 억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4자 협의체에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것은 외환시장 안정과 관련해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환헤지에 나서는 방안도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전략적 환헤지',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 등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 수단에 동원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국민 노후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상황을 우려하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24일에도 올랐다. 6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