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3 16:55 (월)
코스닥 부실 · 한계 기업은 어디로 가나
코스닥 부실 · 한계 기업은 어디로 가나
  • 이경형 이코노텔링 부국장
  • allport123@naver.com
  • 승인 2025.11.03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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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전문 투자자들은 다 투자 원금에 시세차익을 더한 돈 회수하고 철수
KOSDAQ도 오를 만큼은 올라…상장하지 말아야 할 기업이 상장된 것이 문제
거의 매일 KOSPI가 새로운 고점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연일 뜨겁다 못해 폭발 또 폭발 중이다. KOSPI는 올해 증시 개장일인 1월 2일 장 마감 기준 2,398.94포인트로 시작했다.

그 후 4월 9일 2,284.72포인트로 연중 저점을 찍었고, 제21대 대통령 선거일 전날인 6월 2일엔 2,698.97포인트로 마감했다.

그 후 끝임 없이 지수는 우상향하여 마침내 역사적 고점인 3316.08포인트를 9월 9일 종가 기준으로 돌파하였고, 놀랍게도 10월 27일엔 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상승하며 4,000포인트를 넘겨버렸다.

거의 매일 KOSPI가 새로운 고점을 만들고 있다. 1953년3월3일 한국 증권 시장 공식 개장 이래 이런 일은 없었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경이로운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대체 무슨 일 일까,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기에 이런 일이 생길까. 마땅히 있어야할 자리를 찾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한국증시는 더 이상 저평가 대상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논리도 퍼져가고 있는 중이다. 즉 그간 남북관계 등 지정학적 요인과 더불어 한국 증시의 저평가(discount)의 주요 이유 중 하나였던 불투명하고 후진적인 제도 및 기업기배구조의 개선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및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증시 수급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리고 한국 경제 주력산업의 혁신과 대전환에 대한 높은 기대감 등이 주식시장에 반영돼 KOSPI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름 타당성을 잘 갖춘 내러티브(narrative) 아닌가 한다. 여기서 조금 염려되는 점이 있다. 하나는 KOSPI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오랜 증시 격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런데 일반투자자들은 별로 걱정을 안 하는 듯하다. 매일 오르는 증시에 꽤나 취해 있다는 느낌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시장의 지나친 차별화 현상이다. 올해 들어 KOSPI는 10월29일 기준 무려 70% 상승한 반면, KOSDAQ 상승률은 31%에 불과하다. KOSPI 내에서도 반도체, 조선,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관련주와 일부 지주회사 등 대형주들이 수백% 넘게 상승하며 큰 폭의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으나, 나머지 상당수 중소형 주식은 각개약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상승률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여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OSDAQ은 시가총액 비중 상위 3대 업종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2차 전지 그리고 로봇 관련 종목 중심으로 의미 있는 상승을 보여주고 있으나 여타 대부분 종목은 시장 열기와 무관하게 소외된 채로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거래소 '증권 시장지' 2025년 10월.29일자 내용에 따르면 최근 4개 분기 실적 기준 KOSDAQ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무려 143.2배로(KOSPI평균 18.85배) 매우 높은 상태다.

 KOSDAQ 상장사들의 주가가 이익대비 과도하게 높게 형성되고 는 반면, PER이 5배 미만인 상장사는 112곳, 10배 미만은 336곳 이를 정도로 현저히 저평가된 기업도 적지 않다는 극단적이고 모순적인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통해서도 확인 된다.

KOSDAQ의 평균 PBR은 2.06배로 KOSPI 평균 1.37배 대비 1.5배 높다. 그런데 PBR이 0.5배 미만인 회사가 255곳, 1배 미만은 750곳을 훌쩍 넘기고 있는바, KOSDAQ 시가총액은 소속기업 전체 순자산가치의 2배가 넘지만,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KOSDAQ 상장사 또한 40% 이상이라는 매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KOSDAQ 상장사의 주가에는 '성장에 대한 기대'와 '더 높은 도약'에 대한 가치가 반영돼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성장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성장기업이란 과거에 투자로 거둬들인 가치보다 향후 같은 수준의 투자를 통해 더 큰 가치를 거둬들일 기업을 말한다.

일례로 KOSDAQ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알테오젠의 경우을 보자. 2025년 10월.29일 종가로 계산한 PER은 2024년도에 비해 404.18배, PBR은 90.87배에 달한다.  2025년 반기 실적 기준으로는 PER 270.45배, PBR 67.91배 수준이다. KOSDAQ의 높은 PER과 PBR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부침 없는 성장과 유지 가능한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 즉 위에서 말한 성장에 대한 기대와 더 높은 도약에 대한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발생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대부분의 KOSDAQ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서 공통적 으로 확인되는 현상이고 KOSDAQ의 PER과 PBR이 왜 턱없이 높을 수밖에 없는지(주가가 왜 고평가 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근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당연히 의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성장기업의 매우 높은 주가수준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PER(5배 미만) 또는 PBR(0.5배 미만)이 매우 낮거나 둘 다 크게 낮아 현저한 저평가 상태로 처참한 주가수준을 보여주는 기업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PER이 매우 높거나 산출이 불가능(적자)하면서 성장성도 인정받기 어렵고 PBR도 갈수록 높아져 한계기업화 하는 상장사의 주가수준은 어떻게 해서 지금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도 나온다.

전자의 경우는 기업지배구조개선, 주주 친화적 경영을 통해 주가 저평가해소를 위한 모멘텀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런 유형의 KOSDAQ 상장사는 이미 성숙단계 기업으로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일정한 심사를 거쳐 KOSPI로 보다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기존의 규정을 바꿔 새로운 통로를 열어줄 필요성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이렇게 되면 기업가치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의 없었던 관심도 생겨나 소외상태를 해소할 가능성도 커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후자와 같은 유형의 기업이다. 한마디로 시장의 골칫거리이자 답이 없는 존재다. PBR 외에는 적정주가를 산출할 기준도 거의 다 사라져버렸다. 적자상태 지속으로 PER 계산이 불가능한 KOSDAQ 상장사도 700 곳이 넘는다. 상장 전부터 시작하여 공모 및 상장에 이르기까지 열성적으로 관여했던 VC(벤처캐피탈), 기관, 사모펀드, 전문투자자들은 다 투자 원금에 시세차익을 더한 돈을 회수해 떠나버렸고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어설픈 개미들만 남아서 신음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때로 이런 유형의 상장사들은 어느 날 갑자기 시류에 맞춰 밑도 끝도 없이 KOSDAQ 테마주로 변신 하여 엄청난 시세분출과 함께 시장의 큰 관심을 끌기도 한다. 이른바 '작전주'가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끝은 거의 대부분 다 비극에 다름 아니다. 다수의 개미들은 여기서도 희생자가 된다. 아마 오늘도 이런 일이 시장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을지 모른다. 일자별 주가상승률 상위 종목을 검색해보면 최상위권에 생소한 이름의 회사들이 꼭 있는 편이다. 이 게 뭘 의미할까?

KOSDAQ의 다수 부실·한계기업에 대반전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대전환이 요구 되는 시점이다. 현행의 상장·유지 및 퇴출제도로는 실질적 기업가치 변화를 추동하기 어렵다. 단순하고 미시적이며 형식에 치중한 효과성 낮은 처방으로는 대반전·대전환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개별기업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구조조정 및 신사업진출 계획 등은 자금조달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다 좌초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상장사는 사적 기업(private company)이 아닌 공적 기업(public company)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이 공동으로 KOSDAQ의 부실·한계기업 정상화 및 밸류업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난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산업 관련법 중 최상위 법으로 각종 산업 육성 정책의 근거를 담고 있는 '산업발전법'을 개정해 필요한 내용을 담아야 하고 관련 펀드도 조성해야 한다. 국민성장펀드에 넣을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일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취임 전 인사청문회 사전답변서를 통해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해 우리 산업 체질을 강화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이 절실하다"며 "26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산업발전법을 전면 개정해 정부 주도 산업 정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산업 정책 시행을 예고한바 있다.

꼭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실행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길 바란다. 이러한 일이 KOSDAQ 부실·한계기업 대상으로 시행돼 성공하게 된다면 한국증시는 물론이고 국가경제에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개미들에게도 볓들 날이 올 수 있게 된다.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KOSDAQ이 KOSPI 만큼 못 올라서 문제일까? 아니다. 오를 만큼은 올랐다. 향후 미국 기준금리의 지속적 인하 추세를 반영하고 KOSDAQ 150 지수의 주당순이익이 반등하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낙관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가벼운 얘기로 들린다. 문제의 시작은 상장하지 말아야 할 기업이 상장되면서부터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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