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 아파트의 벤츠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메이커 중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기아도 조만간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할 움직임이다.
현대차는 지난 9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 10종과 제네시스 3종 등 총 13종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밝혔다. 현대차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모델은 단종된 아이오닉을 포함해 아이오닉5·6, 코나 일렉트릭, ST1, 캐스퍼 일렉트릭, 포터 EV 등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에만 세계 1위이자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나머지 9종에는 모두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의 제품이 장착됐다. 제네시스 전기차인 GV60, GV70, G80 3개 차종에는 모두 SK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를 계기로 다른 국산차 및 수입차 업체들도 공개할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가 12일 완성차 제조·수입차 업체와 전기차 안전점검회의를 열어 배터리 정보 공개에 대한 입장을 들은 가운데 현대차가 선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일 화재가 난 벤츠 EQE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는 차량 크기와 무게, 최대 출력, 전비, 배터리 용량 등만 안내한다.
유럽은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한국 정부도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