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 시간 '주'단위서 '월· 분기· 반기·연'으로 확대

정부가 '주 최대 52시간제'가 골격인 근로시간 제도의 개편을 추진한다. 일거리가 많아 바쁠 때는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대신 장기 휴가를 통해 푹 쉬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 연장근로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 시간을 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한다.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하면 주 단위 근로시간은 매주 달라질 수 있다. 일이 몰리는 주에는 근로시간이 많아지고, 일이 적은 주에는 줄어드는 식이다. 이 경우 한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11시간 연속 휴식을 빼면 13시간이다. 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 된다.
정부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처럼 장기 휴가를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휴게시간 선택권을 강화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일한 뒤에는 30분, 8시간 일한 뒤에는 1시간 이상 쉬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장에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은데도 30분 휴식을 취하고 오후 1시 30분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에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확대한다. 모든 업종의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근로제는 근로기준법 52조에 규정돼 있다. 1개월의 정산 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4일제나 시차출퇴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지만 도입률은 6.2%(2021년)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1년 4월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는데, 이번에 다시 제도를 정비한다.
이번 정부 개편안에는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 많다. 그런데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4월 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