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30년' 리뷰 ㊦ 우후죽순 신도시' 출구'는 없나
'신도시30년' 리뷰 ㊦ 우후죽순 신도시' 출구'는 없나
  • 특별취재팀= 양재찬 ·고윤희·곽용석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06.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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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창간 1주년 특별취재)

일본 신도시의 빈집 사례가 교훈…서울 강북의 인프라 확충과 도심 '미니 타운' 건설 추진 해볼만
인구감소 추세와 맞물려 더 이상의 수도권 비대화는 '지방소멸' 촉진해 국토 균형 발전 가로막아
연말 쯤 발표될 3기 신도시 교통대책에 일말 기대감 …'임시방편’ 아닌 중장기 ‘주거 안정책’절실

1․2기 신도시 개발도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3기 신도시는 문제점도, 탈도 훨씬 많다. 일부 신도시 후보지 정보가 사전 유출돼 논란을 빚었는가 하면 신도시 사업지 발표와 함께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정부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나름 그럴싸한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서울 도심까지 30분내 출퇴근 가능 도시,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 자녀 키우기 좋고 친환경적인 도시,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드는 도시를 표방했다.

2기 신도시보다 가까이 서울에 인접한 3기 신도시가 발표되자 2기 신도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신도시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국토부 자료
1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더 가까이 인접한 3기 신도시가 발표되자 2기 신도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신도시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국토부 자료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발표된 남양주 왕숙·인천 계양·하남 교산·과천에 더해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이 추가로 '3기 신도시'에 포함되자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서울 반경 10㎞ 안팎으로 기존 1·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곳이 사업지로 발표되자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1기 신도시 일산 주민들은 일산보다 서울이 가까운 고양 창릉이 개발되면 교통 혼잡은 더 심해지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같은 1기 신도시로 전철과 도로 등 교통망이 양호하고 집값도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분당과 비교하며 쌓인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

2기 신도시 중에는 인천 검단, 파주 운정3, 화성 동탄2, 김포 한강 등에서 미분양 사태와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천 대장지구에서 8㎞ 떨어진 인천 검단 신도시의 경우 지난해 말 서울 접근성이 나은 계양에 이어 부천 대장까지 3기 신도시로 추가되자 주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분별한 공급과잉으로 인천 서부 라인은 줄도산하게 생겼다”는 글을 올렸다.

파주 운정 주민들도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울 접근성이 좋은 3기 신도시를 분양받지, 서울 접근성도 멀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운정 등을 분양받고 싶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경기북부 2기 신도시 주민을 죽이지 말고 3기 신도시 지정 발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1․2기 신도시 주민의 반발을 지역이기주의나 투기꾼의 소행 등으로 몰아붙여선 곤란하다. 이들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편리한 교통망을 완비한 전원형 자족도시로 개발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재산 전체를 걸어 집 한 채를 장만한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신도시 계획 발표 때마다 전원형 자족도시 건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판교를 제외하곤 대부분 베드타운화했고, 특히 수도권 북부와 서부권 주민들은 정부 발표대로 구축되지 않은 교통망 때문에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서너 시간씩 허비하며 고통을 받고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과 강북에 아파트는 많이 짓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교통과 생활 인프라는 부실하다 /사진=김승희 이코노텔링 기자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과 강북에 아파트는 많이 짓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교통과 생활 인프라는 부실하다 /사진=김승희 이코노텔링 기자

문재인 정부는 이런 1․2기 신도시 실패를 교훈 삼아 시행착오를 줄여야 함에도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추후 발표하기로 하는 등 졸속행정을 답습하고 있다. 주택건설과 교통대책이 따로 추진되면서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자체가 늦어진데다 결정된 사업마저 제때 이행되지 않아 신도시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3기 신도시에서도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말 발표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지구에 대한 광역교통대책은 올해 말 확정해 발표될 예정이다. 5월에 공개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신도시 교통대책은 내년 상반기에나 나온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정부는 서울과 인천 지하철을 3기 신도시까지 연장하거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광역교통분담금만으론 어림도 없다. 결국 상당 부분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한정된 국가재정을 수도권에 집중 배정한다는 점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위배된다.

우리나라 신도시 개발 역사는 1~3기 모두 장기 비전 없이 서울 집값, 특히 강남 아파트값이 뛸 때마다 이를 억누르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수도권에 대규모 택지를 개발하는 식으로 발표되어 왔다. 그 결과 광역교통 문제, 자족성 문제, 대규모 주택공급에 따른 주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문제가 잇따라 터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4기, 5기로 가지 않고 여기서 끝내야 한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 주택보급률은 96%, 수도권 보급률도 98%를 넘어섰다. 대부분 다주택자인 민간 임대사업자가 42만명, 이들이 보유한 등록 임대주택이 140만채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시 주택공급은 반드시 서울 집값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미 분양가마저 크게 올라 있어 신도시가 자칫 다주택자 등 여유 있는 계층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1960년부터 도쿄 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했으나 최근 이들지역에서 빈집이 나오자 이의 활성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 역시 1960년부터 도쿄 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했으나 최근 이들지역에서 빈집이 나오자 이의 활성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선 고도 성장기 때 대대적으로 건설한 수도권 신도시에 빈집이 늘면서 유령화하고 있다. 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3기 신도시에 들어설 주택 30만 가구의 공급이 2026년 초고령사회와 맞물리면 미분양이 속출하고, 인구감소와 슬럼화로 유령도시가 된 일본 다마(多摩) 신도시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신도시 건설보다는 기존 노후주택에 대한 재건축ㆍ재개발을 포함한 도시재생 사업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등은 과거 신도시 건설을 통한 수평적 확장에서 도심 재개발을 통한 수직적 확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밀도ㆍ초고층 도심재생 사업으로 주거와 상업ㆍ업무ㆍ문화가 어우러진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를 구현한다. 우리도 수도권 신도시보다 서울 강북 인프라 확충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도심 내 ‘스마트 미니타운’을 고려하자. 이것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일자리도 창출하는 길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우려가 사회적 이슈인 상황에서 더 이상의 수도권 비대화는 국가경영의 독(毒)이다. 과거 신도시 건설은 인구와 경제의 급성장을 전제로 했지만, 지금은 인구감소와 저성장을 걱정해야 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비롯해 산업의 변화와 일자리를 포함한 국가균형발전, 전국적 인구분포 등을 면밀히 고려해 임시방편 ‘집값 잡기 대책’이 아닌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국민 주거 정책’을 마련할 때다. 그리고 이를 국회가 추인해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실행하도록 제도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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