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30년' 리뷰㊥의욕만 앞세우다 '베드타운 오명'
'신도시30년' 리뷰㊥의욕만 앞세우다 '베드타운 오명'
  • 특별취재팀= 양재찬 ·고윤희·곽용석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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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창간 1주년 특별취재)

서울 강남 아파트값 평당 1000만원 넘어서자 89년에 5개 신도시에 29만채 짓는 대역사 첫 삽
처음엔 쾌적한 전원생활 내세웠지만 분양가 부담 줄이려 고밀도 개발…서민 내집 마련엔 일조
서울과 먼 곳은 교통 등 인프라 턱없이 부족…판교는 성공적이지만 어떤 곳은 '16년째 공사중'

서울 집값을 가라앉히기 위한 수도권 신도시 개발의 시작은 1988년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었다. 당시 3저(저금리ㆍ저물가ㆍ원화약세) 호황과 88서울올림픽 특수가 겹치면서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의 결혼이 맞물리면서 1988년 한 해 동안 서울 집값이 평균 24% 치솟았다.

88서울올림픽을 치른 뒤 자고나면 집값이 뛰었다. 3.3㎡(평)당 200만원대였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급기야 1000만원대로 치솟았다. 전세 파동이 일었고, ‘방 빼!’라는 말이 유행하기에 이르렀다. 정권 위기론이 등장했고, 집값 안정이 최대의 정책 목표로 부각됐다.

88서울 올핌픽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노태우 정부는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때부터 일산, 분당 등 신도시가 수도권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건설부 장관이던 박승 전 한은 총재가 신도시 건설을 주도했다. 박 전 총재는 최근
88서울 올핌픽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노태우 정부는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때부터 일산, 분당 등 신도시가 수도권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건설부 장관이던 박승 전 한은 총재가 신도시 건설을 주도했다. 박 전 총재는 최근 "부동산 값이 오르면 후손들이 어렵게 살 것"이라며 집값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임기 말인 1992년까지 주택 200만호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1989년 4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밖 값싼 토지에 눈을 돌려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서울 반경 20㎞ 안팎에 위치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개 신도시에 주택 29만채를 짓는 대역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급속하게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일단 집부터 지어놓고 편의시설을 나중에 건설해 입주민들이 한동안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짧은 기간에 많은 물량을 짓다 보니 시멘트와 모래 등 건설자재가 달려 일부 부실공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각종 경기장과 도로, 선수촌 등 88서울올림픽 시설물 공사에 이어 주택건설 사업이 한꺼번에 대규모로 진행되자 건설자재 파동이 일었다. 특히 모래와 자갈이 부족하자 이를 바다에서 채취해 쓰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바다모래의 염분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은 채 쓰는 바람에 염분이 콘크리트 외벽을 타고 하얗게 흘러내리는 백화(白化) 현상을 빚기도 했다.

당시 집값이 왜 그렇게 뛰었을까? 서울 등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대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부부와 자녀 한두 명이 사는 핵가족화 현상이 두드러져 주택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데 88서울올림픽에 대비해 경기장과 도로 등을 건설하느라고 상대적으로 주택 건설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자 연간 신규 주택공급이 20만호 정도에 머물러 수급이 불안정했다. 1970~1985년 사이 가구수는 2.89~3.73%의 높은 속도로 불어났다. 그러나 주택 증가율은 1.55~2.77%에 머물러 가구 증가율과 주택 증가율 사이에 1%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벌어졌다. 급기야 1980년 71.2%였던 주택보급률이 1987년 69.2%로 하락했고, 집값이 급등했다.

치솟던 서울 집값은 1991년 9월 분당을 필두로 1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덕분에 1987년 60%대로 내려갔던 주택보급률도 1991년 74.2%로 올라갔다.

어쨌든 1기 신도시들은 1980년대 후반에 급등했던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진정시키고 주택보급률을 70%대로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베드타운을 양산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전원적인 거주환경 조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택지 부족과 낮은 분양가로 서민형 주택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고밀도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시작된 2기 신도시 개발 배경도 1기 때와 비슷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소득감소와 고금리 여파로 집값이 급락했고 주택 수요와 공급도 크게 감소했다.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노무현 정부 5년(2003년 2월~2008년 2월) 동안 56.4%나 상승했다.

집값 상승폭이 1기 신도시 때보다 컸기 때문인지 신도시 숫자나 규모 모두 2기 신도시 건설계획이 많고 컸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경기 김포(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남 천안·아산의 아산 신도시, 대전 도안 신도시 등 12개 지역을 2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에 비해 서울에로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녹지율을 높여 쾌적한 주거여건을 제공하고 자족 기능을 강화해 베드타운화한 1기 신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대규모 주택 공급보다는 ▲충분한 녹지율 확보 ▲자족기능 강화 ▲신도시별 특화계획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생활권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규모 산업단지를 비롯해 기업들을 다양하게 배치하는 자족 복합도시로 계획됐다.

정부가 추진한 신도시중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중 하나다 판교다. 서울과 가까운데다 정보통신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IT밸리'를 만들어 직장과 주거가 함께 해결 되는 이른바 '직주타운'이 됐다. 베드타운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신도시이다.사진은 판교의 한 아파트 전경/뉴스1.
정부가 추진한 신도시중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중 하나가 판교다. 서울과 가까운데다 정보통신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IT밸리'를 만들었다. 직장과 주거가 한꺼번에 해결 되자 이른바 '직주타운'이 됐다. 베드타운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신도시이다.사진은 판교의 한 아파트 전경/뉴스1.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파주 운정, 김포 한강, 양주 옥정 등 2기 신도시 대부분이 서울과 너무 먼데다 교통 인프라도 미흡하다. 1기 신도시가 서울 반경 20km 안팎인 반면 2기 신도시는 판교, 위례를 제외하곤 서울에서 30~40km 거리에 위치한다.

서울과 가깝고 판교테크노밸리를 통해 일자리 공급에도 성공한 판교 신도시와 역시 서울에 인접한 위례 신도시는 인기가 있는 반면 나머지 대다수 2기 신도시들은 1기 신도시보다 열악한 베드타운으로 서울로 쏠리는 주거 수요를 분산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주 운정과 양주 옥정 신도시의 경우 아직 주택용지가 전부 팔리지 않았다. 일부 신도시는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동탄2(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수원 호매실 지구(신분당선 연장), 남양주 별내(지하철 별내선 신설) 신도시에서 보듯 당초 계획한 광역철도 사업이 지연되자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1인당 1천만∼2천만원을 광역교통분담금으로 낸 주민들이 환급을 요구했다. 더구나 3기 신도시 사업지로 1․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지역들이 발표되자 집값 하락과 2기 신도시의 미분양을 우려하며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다급해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기 신도시 발표 16일 뒤인 5월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개선 방안을 밝혔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경기 파주 운정∼화성 동탄)의 2023년 차질 없는 완공을 비롯해 인천 지하철 2호선 일산 연장, 서울 지하철 3호선과 대곡~소사선의 파주 운정지역 연장, 자유로의 지하도로 확충 등을 제시했다. 2기 신도시 교통대책이 신도시 건설 개시 16년 만에 발표되는 기현상이 연출된 것이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비교적 여건이 나은 판교ㆍ동탄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2008년 말 집값이 진정되긴 했다. 그러나 2기 신도시도 잠만 자고 일은 서울에서 하는 ‘베드타운’을 벗어나지 못한 데다 신도시별로 서울 접근성과 인프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일부 신도시는 올해로 16년 째 ‘공사중’ ‘분양중’이다. 신도시 건설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며 ‘신도시 무용론’이 부상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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