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9:10 (일)
[김성희의 역사갈피]바닐라 향(香)의 기원
[김성희의 역사갈피]바닐라 향(香)의 기원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08.15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늘고 긴 꼬투리 속 작은 씨를 발효, 건조하면 특유의 달콤한 향기
16세기쯤에 콜럼버스가 '발견'했다는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흘러가
영국 등선 미약으로 꼽히기도 … '최음효과'설 있으나 근거는 없어
바닐라는 가늘고 긴 꼬투리 속에 좁쌀보다 작은 씨가 들어있는 난과 식물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물폭탄'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무더위가 계속되니 찬 것이 당긴다. 냉커피, 빙수 등등. 그러니 자주 접하게 되는 향신료가 바닐라다. 한데 바닐라의 기원(?)까지 아는 이는 드물지 싶다. 궁금한 나머지 책을 뒤져봤다. 『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21세기연구회 지음, cookland (주)베스트홈)에서 찾아냈다.

바닐라는 가늘고 긴 꼬투리 속에 좁쌀보다 작은 씨가 들어있는 난과 식물이란다. 이를 수확해서 발효, 건조시키면 특유의 달콤한 향기가 나니 우리가 먹는 바닐라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콜럼버스가 '발견'했다는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 대략 16세기쯤의 일이겠다.

아무튼 이 신기한 껍질을 접한 스페인 사람들은 '꼬투리'를 뜻하는 바이나(vaina)에 축소의 뜻이 담긴 어미를 붙여 바이냐(vainilla)라 불렀는데 이것이 영어로 바닐라(vanilla)가 되었다. 이 바닐라는 그 향기와 이국적인 향기 덕분에 프랑스, 영국 등에서 미약으로 꼽혔으니 스페인어 바이나는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여성 성기를 뜻하는 라틴어 바기나(vagina)와 닿는다니 그럴 법한 추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믿음이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18세기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이 왕을 위한 요리에 자주 쓴 재료 중 하나가 바닐라였다고 한다. 이야기가 곁으로 새지만 왕의 '정열'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녀가 애용한 식재료 중엔 트뤼프(송로버섯)도 있는데 이 트뤼프에는 수퇘지의 성페로몬과 같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단다. 뭐, 그렇다고 이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19세기의 유명한 프랑스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트뤼프가 뚜렷한 효과를 내는 최음제는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인들을 한층 순종적으로 만들고 남성들을 좀 더 상냥하게 만든다"고 조심스레 얘기했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는 양이 아주 적으면서, 값이 비싸고, 신기한 물건에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믿는 인간의 속성 탓이라 하겠는데 당시 유럽인들은 역시 신대륙에서 온 토마토와 감자도 최음효과가 있다고 한때 믿었다. 17세기 어느 문학작품에는 "삶은 숫참새, 비둘기의 뇌, 백조 다리"보다 감자 요리가 훨씬 뛰어난 강장제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또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혁명 뒤 크롬웰이 이끄는 공화국 정부는 토마토에 독이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는데 이는 토마토의 최음 효과가 도덕심에 악영향을 준다고 믿어서였다나.

바닐라가 정말 강장 효과가 있다면 그 많은 카페들엔 인파가 늘 넘칠 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바닐라 최음효과 역시 근거 없는 속설인 모양이다.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