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3:10 (금)
[김성희의 역사갈피]측근 의존 정치가 낳은 '하딩 참사'
[김성희의 역사갈피]측근 의존 정치가 낳은 '하딩 참사'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08.0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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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잘 생겼다는 이유로 표를 얻어 당선 된 미국 하딩 대통령
내각 곳곳에 친구 등 지인과 측근 기용 ' 비리의 온상 ' 만들어
뇌물 받은 내무 장관은 미국 역사상 구속된 ' 첫 각료 ' 불명예
오하이오주의 별볼일 없는 상원의원이었던 미국 29대 하딩 대통령은 여성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19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잘 생겼다는 것이 큰 무기가 되어 당선되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하나님, 대통령직은 못해 먹을 자리입니다. 나의 정적들은 잘 다룰 수 있는데 내 친구들, 빌어먹을 친구 놈들은 골칫거리입니다."

이건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무능하기로 첫째 둘째를 다툰다는 29대 대통령 워런 G. 하딩의 하소연이다. 오하이오주의 별볼일 없는 상원의원이었던 하딩은 여성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19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잘 생겼다는 것이 큰 무기가 되어 당선되었다. 하딩에게 가장 큰 덕을 본 오하이오 출신 정치가 해리 더하티가 "대통령처럼 보이기 때문에" 하딩을 밀었다고 했을 정도로 잘 생기긴 했던 모양이다.

한데 하딩은 대통령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나는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안 되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스스로의 무능을 확실히 아는 대통령이었다.(이 정도면 무능의 바닥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도.) 그에게는 세금, 외교, 경제 등 모든 것이 큰 부담이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이 세금 문제는 어디에다 넘겨야 할지 모르겠네. 어딘가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책이 있을 텐데 그 책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찾는다고 하더라도 읽을 수 없을지도 몰라. 하나님, 이곳은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했단다.

그러면서도 하딩은 시민들이 보낸 편지에서 위안을 얻었고, 본인이 직접 답장하는 데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이를테면 백악관을 '새의 성역'으로 만들자는 "긴급 요청"을 "당분간" 보류해줄 것을 요청하는 그런 답장에 말이다.

하딩의 가장 큰 문제는 신념 부족으로 '친구'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었다. "최고 친구" 더하티를 법무장관에 임명했는데 그는 법무부를 공직 매판 사무소로 이용했고 장관 퇴임 후 두 번의 의회 조사를 받고 결국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되었다. 재향군인국장에 임명한 또 다른 '절친' 찰리 포브스 대령은 재향군인 병원 건설 중개료와 재향군인용 물품을 정부 공시가보다 비싸게 판 이익을 챙겼다.

하딩에게 최고의 치명타를 날린 "별처럼 빛나는 친구"는 상원의원 시절 연을 맺은 내무장관 알버트 팔이었다. 팔은 해군이 비상용으로 보전하던 유전의 관할권을 내무부로 이관한 뒤 몇몇 민간 석유업자에게 공개 입찰 없이 임대해 채굴토록 했다. 그 대가로 팔은 이들에게서 40만 달러의 '대출'을 받았는데 이는 사실상 뇌물이어서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감옥에 간 현직 각료로 기록되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티포트 덤' 스캔들이다.

이건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 편집장을 지낸 이가 쓴 『스캔들! 스캔들!』(마이클 파쿠하 지음, 다산미디어)에서 만난 일화이다. 성 상납 의혹으로 여당 대표가 물러나거나, '내부 총질' 사태로 그 대행이 사임하는 일 등은 정치가 아니라 스캔들이란 생각에 들춰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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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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