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통화정책회의서 기준금리 0.25%P인상결정의 두배
유로화 사용 19개국 6월 소비자물가 1년 전보다 8.6% 상승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0.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2016년 3월부터 유지해온 유로존의 제로(0%)금리 시대는 6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0%와 0.75%로 0.5%포인트씩 올렸다.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었는데, 이날 그 두 배인 '빅스텝'을 단행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0.5%포인트 인상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면서 "물가상승률이 바람직하지 않게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다 한동안 물가 목표치 이상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나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지만,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경제활동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성장 저하, 물가 고공행진, 공급망 문제 등은 올해 하반기와 그 이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덧붙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8.6% 상승해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선 물가가 8∼10% 상승한 반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선 20% 가까이 치솟았다.
ECB는 "차기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적 금리 정상화는 적절한 행보일 것"이라며 "오늘 마이너스 금리 탈피를 시작으로 앞으로 통화정책회의마다 금리 결정을 하는 형태로 이행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밝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채권매입 프로그램 TPI(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변속보호기구) 도입을 승인했다. TPI는 유로존 내 국채금리 격차가 커지면 국채를 매입해 유로존 내 국채 금리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