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4 22:10 (월)
'경제학의 큰 산' 조순 '정치인' 별세
'경제학의 큰 산' 조순 '정치인' 별세
  •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 felix3329@naver.com
  • 승인 2022.06.23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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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4세 … 정ㆍ학ㆍ관계에서 두루 큰 족적 남긴 '거인의 삶'
여야 넘나들며 경제 부총리, 한은 총재, 첫 직선 서울 시장 지내
1974년 제자들과 함께 ' 케인즈 ' 다룬 '경제학 원론' 명저 남겨
DJ 권유 정계 입문…흰 눈썹과 대쪽 행보로 '포청천' 별명 얻어
야당서 출발했지만 독자정당 운영, 한나라당 초대 총재 맡기도
한국 경제학계의 거목인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별세했다. 사진,자료=서울시,한국은행/이코노텔링그래픽팀.

한국 경제학계의 거목인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조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조 명예교수는 어떤 직함으로 불러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정·관·학계를 아우르는 분야에서 족적을 남겼다. 노태우 정부 시절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야당후보로 첫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이후 한나라당을 탄생시키는 등 여야를 넘나드는 드라마틱한 정치 역정을 걸었다. 최근에는 경제학계 원로로서 정치권에 조언하는 역할에 집중하며 학자·교수로 불리기를 자청했다.

1928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상과대를 졸업했다. 6·25 전쟁 당시 육군 통역장교와 육군사관학교 교관 등으로 군에 복무했다. 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UC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68년 귀국해 서울대 교수로 강단에 섰다.

이후 20년 동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순 학파'로 불릴 정도로 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74년 케인즈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경제학원론'을 펴냈다. 이 책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 교수 등이 개정판에 공동 저자로 참여하면서 50년 가까이 대표적인 경제학 교과서로 읽힌다.

고인은 육사 교관으로 있을 당시 제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88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으며 경제 관료의 길을 걸었다. 1992년 한국은행 총재를 맡았는데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를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다가 1년 만에 사표를 냈다.

고인은 아태평화재단 자문위원으로 인연을 맺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진출했다. 1995년 민주당에 입당해 제1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길고 흰 눈썹과 그 동안의 대쪽 행보가 강조되면서 '서울 포청천' '산신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등산을 즐겨하고 흰 눈썹이 인상적이어서 '산신령'이란 애칭도 붙었다. 취임 직전 벌어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시장 취임식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아스팔트로 덮여있던 여의도 광장을 여의도공원으로 조성한 것도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서울시장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두고 1997년 통합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영입돼 대권에 도전했다. 당시 한국을 강타한 경제위기와 맞물려 조 명예교수는 경제 전문가 및 안정적인 행정가 이미지를 부각하며 한때 25% 안팎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지지율이 답보하자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과의 전격 합당을 결정하면서 대선은 완주하지 못한 채 초대 한나라당 총재를 맡았다. '한나라당' 당명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1998년 강원 강릉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국민당 대표로 총선거를 지휘했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에서 은퇴했다. 이후 서울대·명지대 명예교수와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반도선진화재단 고문 등을 맡아 왔다.

저서로 <경제학원론> <한국경제의 현실과 진로> <중장기 경제개발 전략에 관한 연구><창조와 파괴> <이 시대의 희망과 현실> 등이, 역서로는 <아시아의 근대화> <케인스 일반이론>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남희(92)씨와 장남 기송, 준, 건, 승주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발인은 25일, 장지는 강릉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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