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요금에 반영못해…올 적자 10조원 넘는다는 예상도

한국전력이 지난해 6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반면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따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5조8601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4조863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때 기록한 연간 영업손실(2조7981억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2020년 저유가 덕분에 4조8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60조5748억원으로 전년(58조8569억원) 대비 2조55억원(3.4%) 늘었다. 전력 판매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전기판매 수익은 2020년 55조7310억원에서 2021년 57조2102억원으로 1조4792억원(2.7%)이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비용이 66조4349억원으로 전년(54조48030억원)대비 11조9519억원(21.9%) 증가하면서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한전은 2018년과 2080억원, 2019년 1조2765억원의 적자를 낸 뒤 2020년에야 4조8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고리를 끊었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에도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전기 생산을 위한 원자재 값은 올랐는데 수요자에게 비용 분담을 적용하지 못해 영업손실이 쌓인 것이다.
한전의 경영실적은 유가 변동에 널뛰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대선 이후인 2분기 이후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지만, 시장에서는 한전이 올해 10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계획한 요금 인상 수준으로는 비용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 적자폭은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