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4 15:25 (월)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4) 대공황 '모던 타임스' ⑩ '불황땐 헬리콥터로 돈살포"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4) 대공황 '모던 타임스' ⑩ '불황땐 헬리콥터로 돈살포"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1.12.2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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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와 프리드먼의 '금융불통이 대공항초래' 의견 모아져
벤 버냉키(Ben S. Bernanke)전 연준 의장과도 일맥 상통
마르크스"기업의 고가 판매전략이 불황요인"이라고 주장

"대공황을 이해하는 것은 거시경제학의 성배다!" 대공황 전문가인 전 연준 의장 버냉키는 1995년 한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공황은"거시경제학 자체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지금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아직 성배를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지난 15년 동안 대공황을 이해하려는 목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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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네 가지 이론을 살펴봤다. ➀어빙 피셔의 부채-디플레이션 이론, ➁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유효수요부족론', ➂밀턴 프리드먼의 '통화론', ➃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복합요인론' 등이다. 일단 '복합요인론'은 빼자. 특정 요인을 강조하지 않으니 '후속타' 나오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가며 나머지 세 이론은 두 개로 합쳐졌다. 피셔와 프리드먼의 이론은 그 유사성으로 '통화론'으로 묶였다. 피셔는 금융체계의 문제를, 프리드먼은 통화 자체의 문제를 중시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둘 모두 '실물'이 아닌 '금융'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두 이론은 새로운 후예를 키웠다.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전 연준 의장은 통화론의 맥을 잇는다. "불황이 오면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야 한다"고 주장, 그에게 붙어 있는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칭이 왜 그가 '통화론의 후예'로 불리는지 알게 해 준다. 반면 피터 테민(Peter Temin) 전 MIT대학 교수는 케인스의 유효수요부족론을 받아들인다. 그는 자신이 쓴 책 『통화의 힘이 대공황을 일으켰나?』에서 이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내 결론"이라며 통화주의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비판은 통화주의자들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1970년대 유명한 '테민 논쟁(Temin Controversy)'이 바로 그것이다.

■ 위기의 최전선에 선 마르크스주의

자, 그렇다면 대공황에 대한 이론은 이 정도로 끝을 낼 수 있을까? 아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네 개의 이론 모두를 합친 것보다, 어쩌면, 그 위력이 더 클 수 있는 이론이 하나 또 있다. 바로 마르크스의 이론이다. 마르크스의 이론이 왜 이들 네 개 이론을 합친 것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힘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 자체가 '불황론' 또는 '공황론' 또는 '위기론'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을 자본주의의 붕괴와 공산주의의 대두에 대해 연구했던 사람이다. '자본주의 붕괴'는 '불황'과 '위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그의 이론 전체가 '불황론' 또는 '공황론'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칼 마르크스(1818~83년). 그는 이론 전체가 ‘경제위기론’이라 불릴 만큼 자본주의의 경제위기와 붕괴 연구에 전력을 다했다.
칼 마르크스(1818~83년). 그는 이론 전체가 '경제위기론'이라 불릴 만큼 자본주의의 경제위기와 붕괴 연구에 전력을 다했다.

게다가 마르크스의 이론은 단순히 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만큼 실천을 강조한 이론가도 없을 것이다. 19세기부터 계속된 공산주의 운동은 결국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한 거대한 나라의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마침내 마르크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꿈꾸던 '현실의 세상' 안에 그들만의 '천년왕국'을 세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를 생각해 보라. 서구는 '적색 공포'에 빠져 들었고 파시스트가 기승을 부렸고 인류는, 인류 역사 상 최악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도 이들이 사라진 뒤 반세기 동안 인류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냉전'을 치러야 했다.

마르크스의 '위기론'은 한 마디로 거대하다. 정리하기 쉽지 않다. 짧게 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 게다가 그는 19세기 사람이다. 1818년 태어나 1883년 죽었다. 대공황은 그가 죽고 46년이나 지난 뒤 터졌다. 1930년대 대공황에 대한 그의 언급이 단 한 마디도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그의 이론을 1930년대 대공황과 결부시키는 것도 어렵다. 결국 대공황에 대한 그의 이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➀일반적인 '자본주의 위기론'에 대한 그의 설명과 ➁'자본주의 위기' 및 '대공황'과 관련된 그 후예들의 얘기를 듣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위기론'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자본주의'란 개념부터 검토해 보자. 매우 광범위하다. 그래서 마르크스도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엄밀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간단한 정의는 있지 않을까?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경제체제' 정도면 어떨까? 크게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사회가 존재할 수 있는 한도'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며 '사유재산'이나 '노동의 상품화' 개념이 내재돼 있다. 이 같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기업은, 당연히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사력을 다한다. 단순히 칭찬받고 박수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 자체와 관련이 있다. "기업의 생존 이유는 이윤"이라는 경영 경구(警句)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기업이 이윤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는 쉽다. ➀가급적 경비를 적게 들이고 ➁가급적 많은 상품을 ➂가급적 비싸게 팔면 된다. '이윤의 극대화'란 '최소 경비를 들여 최대로 많은 상품을 최대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이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아무리 자본주의 체제, 즉 세상이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최대한 보장하려 한다 해도 기업이 이윤을, 그것도 만족할 이윤을 내기란 어렵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근원에 두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이 첫째다. 단순논리로 말해 보자.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면 근로자에 대한 경비가 최소화돼야 한다. 돈만 적게 들인다고 좋은 것만도 아니다. 같은 돈을 들여서라도 더 세게, 더 많이 일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득이다. 하지만 근로자의 입장은 정 반대다. 더 편하게,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받아야 이익이다. 자본주의 체제 출범 이래 노사가 그토록 격렬하게 다투는 데에는 이 같은 모순이 있어서다. 물론 다른 주장도 있다. 인간은 본래 노동을 좋아한다며 놀이처럼 일을 대하면 생산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Y이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노사 간 근본 원리는 바뀔 리 없다.

19세기 미국의 한 면사(綿絲) 제조 공장. 기업은 노동과 생산에 들어가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추구한다.
19세기 미국의 한 면사(綿絲) 제조 공장. 기업은 노동과 생산에 들어가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추구한다.

다른 경쟁기업이 있다는 게 이윤 획득의 또 다른 장애물이다. 이 역시 단순논리로 접근해야 쉽다. 기업이 이윤을 높이려면 상품을 싸게 만들어 비싸게 많이 팔아야 한다고 했다. '싸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싸게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다. 이 역시 쉽지 않다. 이유는 하나. 다른 경쟁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난 1만원 받고 싶은데 경쟁기업이 9000원에 팔면 나 역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어쩔 도리가 없다. 기업 간 경쟁으로 인해 자칫 손해를 보면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이윤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정 반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이 두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방법'의 발전이, 또는 그 발전의 역사가, 곧 기업의 역사요, 자본주의의 역사일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경제위기' 또는 '불황', 또는 '대공황'을 이해하는 시작점은 바로 이곳이다. 이윤 극대화를 노리는 기업의 '싸게 만들어 비싸게 많이 팔려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불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불황이 커지면 그것이 바로 '대공황'이 되는 것이다. '영화 <모던 타임스>는 친(親)공산주의 영화'라는 얘기는 이 같은 마르크스의 이론에 동조한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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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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