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2:15 (수)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4) 대공황 '모던 타임스' ⑨ 대공황은 왜 일어났나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4) 대공황 '모던 타임스' ⑨ 대공황은 왜 일어났나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1.12.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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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서 산 부동산과 주식의 거품이 꺼지자 실물경제 타격 등 주원인으로 꼽혀
학자마다 시각차 뚜렷 … 은행 부실따른 돈가뭄과 소비 위축 등 복합요인 거론도

인류 역사상 최악의 경제 재앙. 1930년대 대공황을 가리켜 많은 역사가들은 이렇게 부른다. 아닌 게 아니라 실업과 빈곤이 홍수처럼 차고 넘치던 시대였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경제혼란은 정치혼란을 일으키는 법. 자유주의에 이어 공산주의와 파시즘까지 가세, 세상의 혼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대공황은 도대체 왜 일어났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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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에 대한 연구는 셀 수 없이 많다. 분야는 ➀원인, ➁파급과정, ➂심화ㆍ장기화 이유, ➃결과 등 다양할 수 있다.

이중 많은 경제학자와 전문가, 그리고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관심은 첫 번째 분야에 쏠린다. 대공황은 도대체 왜 일어난 것일까? 이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한 분야 연구도 셀 수 없이 많다. 주장을 나열하는 것조차 버겁다.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하는 '원인'도 없다. 그러니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이론 소개는,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대표적인 이론 몇 가지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일단 다음을 살펴보자.

■ 피셔, '부채-디플레 효과'="부채로 인한 거품 붕괴가 원인"

어빙 피셔
어빙 피셔

제1차 세계대전의 특수(特需)로 세계의 부(富)를 거머쥔 미국은 저금리까지 더해져 1920년대 대호황을 이룬다. 1928년 미국 31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의 번영은 무한히 지속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만큼 1920년대 미국은 잘 나갔다. 하지만 이 무렵의 호황은 '거품'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1920년대 호황은 주식과 부동산값을 끌어 올렸으며 이를 본 사람들은 빚을 내 다시 주식과 부동산을 샀다. 시장에는 결국 거품이 낀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1920년대 중반 플로리다의 불었던 부동산 열풍이 꺼졌고 수년이 지나자 주식에 낀 버블도 꺼졌다.

어빙 피셔(Irving Fisrer)의 '부채-디플레이션 효과' 가설은 요즘 들으면 뻔한 얘기다. 저금리로 빚을 많이 내 주가와 부동산 값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거품이 끼고 결국 꺼진다. 거품 붕괴는 위험하다. 자칫 주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금융ㆍ실물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이다.

쉽다. 피셔가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건 대공황 발생 전이었다. 대공황이 터지자 이 이론을 더욱 발전시켰다. 1933년 그가 쓴 논문 "대공황의 부채-디플레이션 이론(The debt-deflation theory of great depressions)"은 지금도 이 분야의 선구적 작업으로 꼽힌다.

■ 케인스의 '유효수요부족론'="소비부족이 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유효수요 부족론'.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이론일 것이다. 주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1936년 발간한 저서 『고용, 화폐, 이자에 대한 일반 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서 말한 내용이 인용된다. 그는 이 책에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을 부정한다.

'세이의 법칙'에 따르면 1만원 어치 생산을 하면 이는 1만원 어치의 소비를 일으킨다. 즉, 1만원 어치 생산을 위해서는 1만원 어치의 소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인스는 '현실'에서 이 이론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한다. '생산-소비'의 과정에서 '가계저축'이라는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1만원 어치의 생산비 중 가계의 소득이 된 일부 돈이 '저축'의 형태로 바뀌며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며 일부 재화가 소비되지 못한 채 남게 된다는 것. 그는 불황은 이 같은 '유효 수요' 또는 '소비'의 부족에 기인한다고 본다. 케인스가 "선의의 저축가가 악덕 자본가들보다 경제에 더 큰 해를 입힌다"고 비난한 이유다. 이것이 케인스의 '유효수요 부족론' 또는 '과소소비론'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국가가 나서서 부족한 유효수요 또는 소비를 진작시키면 된다.

■ 프리드먼의 '통화부족론'="통화를 풀었어야"

밀턴 프리드먼
밀턴 프리드먼

대공황 이후 케인스는 학계의 '성배'로 모셔졌다. 하지만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달랐다. 1963년 시카고대학 교수였던 그는 당시 전미 경제 연구소(NBER)의 연구원이었던 안나 J. 슈워츠(Anna J. Schwartz)와 함께 쓴 『미국 통화의 역사(A Monetar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867–1960)』에서 케인스를 호되게 비판한다.

그들은 대공황의 원인을 돈줄이 말라버린 것에서 찾았다. "부족했던 것은 소비가 아니라 돈"이었다는 얘기. '1920년대 후반 연준의 정책이 '돈 가뭄'을 일으켰고 이것이 일시적일 수 있었던 경기침체를 대공황으로 바꾸었다고 본다. 이들이 꼽은 '연준의 실책'은 다음 몇 가지다.

➀1928년 금의 해외유출과 증시 과열을 막고자 3.5%였던 기준금리를 5.0%까지 올렸으며 그럼에도 증시과열이 계속되자 1929년 초 공개시장에서 증권을 매각해 통화를 긴축했다

➁1930년 12월에 뉴욕의 대형 은행이었던 '미국은행(Bank of United States)'의 파산을 막지 않아 전국적인 은행 시스템의 위기를 초래, 통상적인 불황을 대공황으로 이끌었다.

➂1931년 9월 달러 가치 유지를 위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 불황이 더욱 심화됐다.

➃1932년 4월과 6월 사이 증권매입 등을 통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였으나 7월에 이를 중단, 경기가 다시 악화됐다.

➄1932년 11월 루스벨트 당선 이후 1933년 3월 취임 시까지의 업무 공백기에 금본위제 이탈에 따른 달러의 금 태환 사태 방어에 실패, 경제가 다시 한 번 곤두박질쳤다.

■ 갤브레이스의 '복합요인론'="5가지 약점이 문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풍요의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대공황의 원인을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1920년대 미국에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약점(weakness)'이 있었고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공황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➀소득격차=당시 소득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었다. 1929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소득 최고 상위 5%가 벌어들인 소득은 전체 개인 소득의 약 1/3에 이르렀다.

➁기업의 모럴 해저드=1920년대 기업은 빚을 낸 돈으로 돈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그 어느 시기보다 선동자, 부당이득 취득자, 사취자(詐取者), 협잡꾼, 사기꾼 등에 우호적이었다.

➂은행 시스템의 부실=은행마다 독자적으로 운영되던 은행 시스템이 문제로 작동. 은행이 유기적으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실업과 빈곤을 가속화시켰다.

➃국제수지불균형=제1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국의 번영을 이끌었던 국제수지흑자가 전쟁 종결과 함께 끝난다.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 채무국의 채무 불이행 등이 문제였다.

➄경제 지식의 부족=1920~30년대 경제학 지식은 척박했다. 명망 있는 경제 전문가들의 경제 분석과 자문은 대부분 상황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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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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