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짜리 두 번 우승, 큰 경기서 강한 뚝심… 카스케는 짧은 퍼팅 놓쳐 우승기회 날려
이런 ‘매치 플레이’가 또 있을까.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말이다. 올 시즌 국내 첫 메이저 골프대회 타이틀을 놓고 벌인 경기는 말그대로 혈투였다. 두 사람에게는 정규 4라운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태희와 핀란드 출신 얀느 카스케는 3라운드부터 둘 만의 싸움을 벌였다. 골프 중계를 맡은 JTBC골프채널은 두 사람만의 경기를 중계하듯 선두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집중 조명했다. 해설가로 나선 강욱순 시니어 골퍼는 ‘매치플레이 같다’는 말을 연거 푸 해대며 팽팽한 경기의 긴장감을 전했다.
5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CC(파71)에서 열린 아시안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공동 주최로 열린 GS칼텍스매경오픈(총상금 12억원)의 마지막날 4라운드. 이태희와 카스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사이좋게 선두를 나눠 지켰지만 그 둘의 승부는 4라운드에서 결판을 내지 못해 연장에 들어갔다.
유리알 같은 그린을 가진 18홀에서 벌인 두 차례 연장전에서 두 선수는 파를 기록하지 못하는 등 애를 먹었다. 2미터 안팎의 내리막 퍼팅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하는 수 없이 경기본부는 세번째 연장승부에 들어가기 직전에 홀컵의 위치를 뒷 핀에서 앞 핀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 두번째 연장에서 카스케는 1미터도 안되는 퍼팅을 놓쳐 생애 첫 우승의 꿈을 날려 버렸다. 약간 내리막이기는 했으나 누가 봐도 우승컵은 카스케가 가져 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의 퍼팅은 홀을 스쳐 갔고 깃대를 바꿔 치러진 연장전에서도 카스케의 불운은 이어졌다.
이태희보다 30미터 가량 더 멀리 드라이버를 쳤지만 공은 얄궃게도 디봇에 떨어졌다. 디봇 자국을 보면서 얼굴이 굳어진 그는 샷에 자신감을 잃은듯 보였다. 그가 우려한대로 깊게 파혀진 곳에 떨어진 공을 쳤지만 그 공은 그린에 못미쳐 떨어졌다. 칩샷도 홀에 붙이지 못해 내리막 퍼팅을 해야 했다. 파 퍼팅을 놓치자 카스케는 자포자기했다. 라이도 안보고 친 보기버팅도 실패해 더블보기를 했다.
반면 이태희의 세컨드 샷은 홀에 2.5미터 붙였다. 평이한 라이여서 쓰리퍼팅을 해도 이기는 장면이 됐다.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매경오픈의 외어이두와이어(4라운드내내 선두 유지) 우승은 2004년 최상호 선수 이후 15년만이다. 이날 우승으로 이태희 선수는 통산 3승을 거뒀지만 그중 두 번을 상금액 3억원의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우승퍼팅후 바로 무릎을 꿇어 기도한 그는 18번홀 그린으로 달려온 동료선수와 후배들의 물세례를 받은데 이어 아들과 아내를 보고서야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나흘 내내 감정의 기복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이태희의 멘탈이 우승을 일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