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경을 지나 우리는 목격했다. 아직 완성되지 못했을 뿐 무너지지 않은 나라를."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의 깜짝 스타는 노란 코트에 빨간 머리띠를 하고 축시를 낭독한 22살 흑인 여성이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난 뒤 연단에 올라 직접 쓴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을 열정적으로 읽어 내려간 어맨다 고먼.
그의 축시는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로 상징되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분열 양상을 극복하고 희망과 통합을 노래하는 내용을 담았다. "어디서 빛을 찾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시는 "우리에게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다면 빛은 언제나 거기 있을 것"이라고 끝을 맺는다.
고먼은 축시에서 "우리는 함께하기보다 나라를 파괴하는 힘을 보았다. 그리고 그 힘은 거의 성공할 뻔했다"며 "하지만 민주주의는 주기적으로 지연될 수 있어도 결코 영원히 패배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무서웠던 시기에도 새로운 챕터(chapter)를 쓰기 위해, 희망과 웃음을 되찾기 위한 힘을 발견했다"며 "우리는 슬픔을 겪으면서 성장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노예의 후손이자 홀어머니 손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라고 지칭하면서 미국은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 대통령이 되는 것을 꿈 꿀 수 있는 나라라고 역설했다.
고먼은 로스앤젤레스(LA)의 미혼모 가정에서 자랐다. 언어장애가 있었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모델로 삼아 말하기를 연습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장애를 극복했다.
하버드대에 진학한 뒤에는 2017년 미국 의회도서관이 주최한 '전미 청년 시 대회'에 참가해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통령의 부인이 된 질 여사는 당시 의회도서관에서 고먼이 시를 낭송하는 것을 눈여겨봤고, 이번 취임식 무대에 오르도록 추천했다. 고먼은 역대 축시 낭독자 가운데 최연소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독하는 전통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 시작됐다. 당시 86세의 노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축시 낭독의 첫 주인공이었다.
고먼이 이날 행사에서 착용한 장신구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선물한 새장 문양의 반지를 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