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회담 일주일 만에 희소식…"한한령 본격 해제 일러"
중견 게임사 컴투스의 효자 상품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한국 게임으로는 약 4년 만에 중국에서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받았다. 이를 놓고 국내 게임사들은 과거처럼 중국 시장에 게임을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 '서머너즈 워'는 2일 중국 당국으로부터 외자(외산) 판호를 발급받았다. 중국이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준 것은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시작된 이래 3년 9개월 만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의 방한 이후 공개된 첫 판호 목록에 한국 게임이 들어갔다는 점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부장은 지난달 26일 회담과 오찬을 하면서 사드와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강 장관이 한한령 여파로 회복하지 못한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협조하자고 요청하자 왕 부장은 '소통해나가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게임업계가 중국 진출을 고대하는 것은 중국이 게임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중국 게임공작위원회(GPC)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2308억위안(약 39조3천억원). 2016년과 비교해 3년 사이 1.4배 성장했다.
특히 중국에선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에서 모바일의 점유 비율은 2016년 49.5%에서 2019년 68.5%로 높아졌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대부분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앤 소울 모바일'을 비롯해 넷마블·펄어비스·네오위즈·위메이드·웹젠 등 대다수 게임사가 중국을 겨냥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컴투스의 판호 획득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아동·청소년 근시 방지 조치' '미성년자 온라인게임 과몰입 방지 조치' 등 최근 게임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전에 한미일 동맹이 공고해지는 것을 불안해하는 중국이 한한령 해제 신호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K팝 공연 교류가 코로나19 사태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게임 판호를 내주기 했지만, 과거처럼 판호가 줄줄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중국 당국이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조였다 풀었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무역과 문화교류 차원에서 한국 정부와 게임산업계가 더 적극적으로 판호 해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