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한 가운데 막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종전 조현식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현식·조현범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종전과 업무 변화는 없다"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그룹 이미지와 계열사 시너지에, 조현범 사장은 신사업 개발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각각 주력할 예정이라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설명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조현범 사장이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며 승계 구도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배터리 전문 자회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 합병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순수 지주회사에서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안정적 수익성과 현금 흐름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을 꾀하고, 이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타이어가의 갈등은 지난 6월 조현범 사장이 시간외 대량매매로 아버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몫 23.59%를 모두 인수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42.90%로 늘리며 표면화했다.
이전까진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현범 사장(19.31%)의 지분이 거의 같아 형제경영 구조가 유지돼왔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씨(10.82%) 지분을 포함해 총수 일가의 지분은 73.92%다.
그런데 조 사장의 지분 인수 한 달 뒤인 지난 7월 조희경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갈등이 본격화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달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고, 조희원씨도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지며 조 사장 대 나머지 형제들로 분쟁 구도가 표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