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3 20:45 (금)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여자 핸드볼 ‘우생순’은 기적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여자 핸드볼 ‘우생순’은 기적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0.10.12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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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 2연패후 애틀랜타 올림픽때 만난 독일기자는 '한국 실업팀은 5개란 말 듣고'놀라
독일 실업팀 2000개… 유럽선 빠른 공수 전환에 쉼없이 터지는 골로 응원단 사로 잡는 인기종목
SK 최태원 회장이 핸드볼협회장 맡아 투자 많이했지만 올림픽때만 주목받는 '반쪽 인기' 아쉬워
자료=대한핸드볼협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자료=대한핸드볼협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한국 여자 핸드볼 팀은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우리 기억에 더 많이 남아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덴마크와의 결승에서 두 차례 연장전과 승부던지기까지 치른 끝에 눈물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하지만 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의 기억이 더 생생하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88년 서울과 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따내 한국 구기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라는 감격을 맛봤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이 유력했다.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는 MPC(메인 프레스 센터)가 있다. 각국의 기자들이 이곳에서 정보도 얻고, 기사도 작성한다. 기자들은 현장 취재를 우선으로 하지만 접근이 쉽지 않은 경우 기자들끼리 서로 취재하기도 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어느 날, 한 독일 기자가 찾아왔다.

"한국 여자팀은 이번에도 금메달이 목표냐"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묻더니 "한국에 여자핸드볼 팀이 몇 개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생각지 않았던 질문이어서 손가락을 접어가며 하나씩 셌다. 실업팀은 달랑 다섯 개였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다시 세어 봐도 다섯 개였다. 그 독일 기자의 어이 없어하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독일에는 2,000개의 팀이 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순간 우쭐한 느낌이 들었지만 곧 2,000개의 클럽 팀이 있는 독일이 부러워졌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덴마크에 져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다. 덴마크의 10번 선수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남자를 방불케 하는 단단한 체격으로 탱크처럼 밀고 들어오는데 수비가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애틀랜타 올림픽을 취재하면서 핸드볼이 정말 재미있는 종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쉴 틈을 주지 않는 빠른 공수 전환, 장내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 정신없이 터지는 골에 순식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응원단, 신나는 음악.

그 해 겨울. 국내 핸드볼 경기를 취재하러 나갔다. 올림픽 금메달 종목인데도 국내에서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이었다. 50여 명만 앉아있는 썰렁한 관중석, 장내 아나운서는커녕 음악도 없이 조용한 체육관. 플로어에 운동화가 끌리는 찌-익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SK 최태원 회장이 핸드볼협회장을 맡아 수년간 많은 투자를 했다. 최 회장의 노력과 우생순의 인기까지 겹치면서 반짝 인기를 누리는 가 했지만 곧 시들어버렸다. 핸드볼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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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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