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8 17:55 (수)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서장훈이 건물주된 사연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서장훈이 건물주된 사연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0.10.05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4년 '괴물센터'등장으로 연대 경기 나설땐 여학생팬 몰려 '콘서트장' 방불
농구대잔치서 실업팀 연거푸 누르고 우승 … 서장훈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서장훈 아버지 "저 키에 농구그만두면 정상생활 어려워 벌 때 많이 모아 둬야"
집까지 찾아가 취재했던 필자도 아버지도 당시는 ' 유능한 방송인 '될 줄 몰라
사진=미스틱스토리/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미스틱스토리/이코노텔링그래픽팀.

농구선수 서장훈을 처음 본 건 1994년이었다. 당시 연세대 1학년이었다. 스무 살짜리 대학 1학년 선수가 뉴스에 나올 일은 거의 없지만 서장훈은 예외였다. 모든 농구인과 농구팬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이미 최고의 가드 이상민과 슈터 문경은, 센터 겸 파워포워드 김재훈과 수비의 귀재 김훈을 보유하고 있었던 연세대는 부동의 센터 서장훈의 가세로 '완전체'가 되었다. 연세대의 상징인 독수리와 당시 인기 만화영화였던 '독수리 오형제'가 절묘하게 결합돼 연세대 농구부는 독수리 오형제로 불렸다. 연세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요즘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오빠부대의 열기로 뜨거웠고, 연세대는 쟁쟁한 실업팀들을 모두 꺾고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서장훈 집중 인터뷰가 필요했다. 약속을 하고 사진기자와 함께 집을 찾았다. 인터뷰 자리에는 부모님이 함께 했다. "초등학생 때는 리틀 야구를 하다가 갑자기 키가 크면서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했다", "머리가 좋아서 공부도 잘했는데 합숙훈련을 하면서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니 성적이 떨어졌다", "어렸을 때는 정말 예뻤다" 등 수많은 얘기가 오간 끝에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게 됐다.

당시에는 연출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거실에는 트로피들이 진열돼 있었다. 사진기자가 서장훈이 트로피를 안고 있는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그러자 서장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집에서 트로피를 안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스무 살짜리 대학 1학년이 연출 사진을 거부한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당시에는 내로라는 배우나 가수들도 사진기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때였다. 깜짝 놀랐지만 속으로 '역시 똑똑한 놈이네'라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서장훈의 미국행이 알려졌다. 미국프로농구(NBA)를 노려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실업팀 신인 드래프트를 피해가려는 '꼼수'라고 생각했다.

서장훈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장훈이가 농구를 그만 두면 저 키로 정상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놓아야 합니다."

그 생각은 진심이었다고 믿는다. 아버지는 서장훈이 버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차곡차곡 부동산에 투자했다. 그것이 지금 ' 강남 건물주' 서장훈이 탄생한 배경이다.

아버지도, 나도 서장훈이 유능한 '방송인'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만일 서장훈이 은퇴 후에도 이렇게 잘 나갈 줄 알았더라면 아마도 건물주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지선택----------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