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득 12% 오를 때 아파트 값 36% 뛰어 힘겨워
서울에 살면서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가족 모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4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가구소득의 증가 속도가 집값 뛰는 속도의 절반에 못 미치며 서울 아파트 장만에 걸리는 기간이 1.5년 더 길어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의 KB아파트 PIR 지수는 11.4로 집계됐다. 2년 전(9.9)보다 1.5 높아졌다.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국민은행은 자사 부동산담보대출(아파트) 대출자의 연 소득 중윗값을 가구소득으로 잡고, 대출 당시 담보 평가가격 중윗값을 주택가격으로 계산해 지수를 산출한다.
서울의 PIR 지수는 측정을 시작한 2008년 1분기(7.4)부터 2015년 4분기(8.5)까지 9.0 아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2016년 1분기(9.0)에 처음 9.0 선에 올랐다. 2018년 3분기(10.1) 처음 10.0을 넘겼고, 작년 1분기(10.5)부터 올해 1분기(11.4)까지 5분기 연속 상승하며 11.0도 넘어섰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서울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며 PIR 지수도 11.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1분기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1.5 높아졌다.
2년 전과 비교해 가구소득은 4624만원에서 5443만원으로 11.7%(820만원) 올랐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4억5584만원에서 6억2천만원으로 36.0%(1억6417만원) 상승한 탓에 PIR이 더 높아진 것이다.
서울의 주택구매 환경은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열악했다. 올해 2분기 경기도의 아파트 PIR는 8.0으로 2년 전(7.8)보다 0.2 상승에 머물렀다. 인천의 아파트 PIR도 7.5로 2년 전(7.4)보다 0.1 상승했다.
소득과 아파트값을 비교해도 경기도 가구소득은 2분기 4264만원으로 2년 전보다 9.9% 증가했고, 주택가격은 같은 기간 12.2%(3700만원) 올라 증가폭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인천도 2분기 가구소득이 3849만원으로 2년 전보다 14.3% 증가했고, 주택가격은 16.0%(4천만원) 올라 상승폭의 격차가 적었다.
서울에 둥지를 튼 가구는 경기·인천 거주 가구보다 소득수준이 높고 소득 상승 속도도 빠르지만, 아파트값이 뛰는 속도가 두 지역보다 빨라 내 집 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