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안 호수서 안내원의 호각과 북소리에 맞춰 펼쳐지는 '공작 떼의 군무(群舞)에 넋잃어
자고 일어나 생각이 바뀌었다. 멍하이를 간다고 해서 두드러진 관광자원이 없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계획을 바꿔 대신 징홍 근교의 국가원시삼림공원을 가고 시간이 되면 다른 곳을 한 곳 더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쉔웨이 대도를 따라 걸어 화훼원에 9시 10분전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매시간별로 근교 삼림공원으로 가는 마이크로버스가 있고 차비는 5위안이다. 9시에 출발한 버스는 불과 30분만에 삼림공원입구에 닿았다.
그러나 도착하고 보니 원시삼림공원이란 명칭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그냥 평범한 모습의 산이었고 깊은 숲속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주변의 산지가 그다지 울창하지도 않고 건너편의 산에는 이제 묘목을 식재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아주 빈약한 산의 모습이 나타난다.
적이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입구로 이동하여 65위안을 주고 입장권을 샀다. 적지 않은 돈이다.
공원입구를 통과하여 좀 걸어 들어가면 산중의 호수가 나타나고 호수 주변에는 제법 숲이 우거져 있다.
이곳 호수변에서 관광객들은 적어도 수십마리는 됨직한 공작떼의 군무와 호면을 아주 저공으로 비행하는 장관을 참관하게 된다. 이곳 여직원의 호각과 북소리에 맞춰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공작 몇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뒤이어 수십 마리나 되는 공작떼가 호수 건너 저편에서 떼지어 이곳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신기하고도 멋진 그리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공작이 단체로 날아다니는 것을 이전엔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호수 이편에서의 호각소리와 건너편에서의 북소리 등으로 이들 공작떼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주변의 푸른 산지와 호수 그리고 아름다운 공작떼들의 저공비행을 감상하면서 여유를 즐긴 뒤 다시 산길을 올랐다. 이미 공원 초입의 다소 황량한 듯한 느낌은 모두 없어지고 숲은 더욱 울창해지고 있다.
산길을 좀 더 걸어올라가면 하니족의 한 지파인 애니족의 고산마을이 나온다. 산 중턱 울창한 숲속에 드문드문 애니족의 나무로 된 집들이 숲 속에 박혀있는 듯하다. 집 주변은 수목과 아름다운 화초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 골짜기 건너편에서 처음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이곳이 바로 仙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집이라 생각됐다.
고산의 울창한 숲과 화초 가운데 점점이 박혀있는 애니족의 집들. 건너편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넋놓고 바라보다가 현수교로 이어진 골짜기를 건너 그들의 마을에 들어가봤다.
이 민족의 생활환경과 생활도구 등을 전시한 전시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둘러보고 산중턱에 마련된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에서 전통복장을 한 애니족 젊은 여성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추는 군무가 시작되었다.
간단한 리듬과 몸동작이었지만 여러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데는 이런 간단한 군무보다 더 좋은 게 없을 듯 싶다.
애니족 마을을 뒤로 하고 다시 높은 산길로 발걸음을 옮겨 다이족의 공연이 이어지는 다이족 山寨로 갔다.
이곳에서 야자열매를 칼로 일부를 떼내 마시도록 한 야자음료를 15위안에 사서 마셨다. 더위로 갈증이 날 때 야자수액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다이족 공연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얕게 그러나 아주 넓게 원형으로 만들어진 물웅덩이 같은 것이었다.
이들 다이족의 전통민속공연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었으나 공연이 끝난 후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물을 퍼붓는 송크란 의식 ( 한어로는 潑水祭 ) 이 아주 유쾌하고 더위를 식히는데 큰 보탬이 될 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바가지를 이용해 아주 맑은 물을 끼얹고 뿌리는 가운데서 우선 상쾌한 기분과 함께 뭔가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한다. 물이 갖고 있는 기본 속성이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것이니만큼 물을 통해 속진을 씻어내고 서로를 축복하는 것은 아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다이족의 공연장을 뒤로 하고 다시 산길을 걸어올라가니 이제야 제대로 된 원시삼림을 보는 것 같다.
하늘을 빽빽하게 뒤덮는 거대 수목들 그리고 계곡에는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비로소 공원 이름에 대한 오해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약 30분 가까이 깊은 숲속 오랜 고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등산로를 걸으면서 어느 덧 등산로의 정점을 밟고 되돌아오게 되었다.
말하자면 반환점에서 하행하는 길은 상행하는 길보다 좀더 높은 곳에 조성되어 있고 길 자체가 아주 재미있는 길이었다. 길의 소재가 흙길도 돌길도 시멘트길도 아닌 대나무길이다. 이제까지 사람이 걷는 길이라면 흙길, 콘크리트길, 아스팔트길, 돌길 그리고 여러 나라의 국립공원 등지에서 나무데크를 경험해봤으나 긴 거리를 대나무로 만든 길을 걸어보는 것은 태어난 후 처음 접해보는 경험이었다.
나무로 된 길이 관절이나 무릎에 부담을 덜 주어 걷기에 편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편했으나 대나무길을 걷고 난 후 이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여러 가지 소재로 만든 길 가운데 세상에 이보다 더 편한 길은 없을 듯하다. 대나무의 탄성으로 발을 내디디고 약간의 힘을 주어도 발이 저절로 들려지면서 앞으로 나가게 된다.
이미 산 하나를 걸어올라 오느라 좀 피곤한 상태였는데 대나무길을 걸으니 피로가 많이 가시고 오히려 힘이 나는 듯하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대나무길 구간이 끝나고 다시 산길 포장길을 걸어 공원입구까지 걸어 내려오다. 공원문을 나서니 오후 2시쯤 된다. 그런데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가 3시에 있다고 한다.
한시간이나 할 일 없이 더 기다려야 한다. 20여분이 지난후 한 젊은이가 나타나 자가용차로 시내까지 10위안에 태워주겠다고 제안한다. 필자를 포함해서 3명이 확보된 모양이다. 이 차를 타고 오는 과정에 멍러대불사를 어떻게 가면 좋겠느냐고 묻자 20위안을 더 주면 절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바로 코스를 변경해 호텔이 아닌 멍러대불사로 이동했다.
절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그리고 색채가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다. 어제 만팅공원에서 본 사찰보다 규모가 더 크고 외관과 색채가 더 아름답다. 전통 중국의 시각에서 보자면 완전히 이국적인 풍격을 지닌 것이다. 같은 불교라고 하지만 정통 중국 북방불교의 사원의 풍격이나 디자인과 색감과는 완전히 다른 사원의 풍격으로 이는 문화의 다양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원 참관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이제 돌아갈 교통편이 문제다. 아까 타고온 자가용차는 이미 사라졌고, 택시도 잘 보이지 않고, 버스편은 아예 없다. 아까 이곳으로 오던 기억을 되살려 교통량이 많은 곳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하다. 사원 바깥은 거대한 신개발지로 한족의 전통 건축양식으로 4,5층의 별장형 건물이 즐비해 있다.
적어도 수백채에 이를 거대한 건축군에 입주된 집들은 겨우 몇 채 될까말까할 정도였다. 도로는 널찍하고 가로수도 잘 심어져 있는 등 거리조경도 아름답다. 한참을 걸어도 택시는 잘 보이지 않고 간혹 승객을 태운 택시는 지나쳐간다. 수십분을 걸은 후에 아직도 시가지와는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 곳에 오토바이 택시가 눈에 들어온다. 호텔까지 15위안에 흥정하여 들컹거리는 오토바이 택시로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친 후 아주 가벼운 차림으로 다시 산책에 나서 시의 가장 중심지인 멍러대로와 쉔웨이대도의 교차점이자 주 정부가 들어서 있는 곳으로 가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이어 멍하이로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오늘 하루를 마감했다. 이제 이곳 징홍에서의 일정은 아쉬움을 남겨둔 채 접고 내일 보이차의 도시 보이시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