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동안 준법감시위 가동하고 이재용, 사과회견 등 재판부의 권고 적극 수용
바이오 성장성 제일모직 가치반영 시각차… 주가조작 논란에 삼성 "불가능한 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4세 경영' 포기를 발표한 뒤 20일만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수사 내용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그룹 미래전략실 등과의 지시·보고 관계다. 검찰은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돼 총수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려 무리한 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가치를 고의로 조작하지 않았고, '승계 프레임'도 검찰의 확대해석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수사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 당시만 해도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은 없었지만, 검찰이 분식회계를 '승계 프레임'으로 변형시켰다는 것이 삼성의 주장이다.
또한 삼성은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회계장부에 반영한 것이어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 검찰은 삼성이 삼성물산의 수주 사실을 합병 이후에 공개하는 등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보지만, 삼성 측은 시세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검찰 소환은 이재용 부회장의 '4세 경영 포기' 선언과 직접 연관성은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과 관련돼 있다. 이번 중앙지검 수사와는 별도로 특검 수사에 따라 진행되는 재판이다. 지난해 10∼12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양형 반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주문했다. 삼성 측은 약 한 달간의 추가 유예기간을 요청한 뒤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