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목포 점유’를 둘러싼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손 의원의 의혹을 ‘초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해 정치공방으로의 확산을 꾀하고 있다. 직접 청와대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나 의원의 과녁은 거기에 맞춰져 있는 모양새다.
손 의원이 김정숙 여사와 숙명여고 동창이라서 나 대표는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일단 그런 언급은 공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의 품격과도 어울리지 않다.
아무리 ‘야당은 야당 다워야 한다’지만 우선 팩트가 없다.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일만 터지면 청와대를 물고 늘어지는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팩트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의심을 밝히는 것은 국정을 감시해야 할 야당의 책무지만 이번 나 대표의 발언은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공방으로 변질되면 진상규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진상을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와중에 이번엔 공영방송의 보도 자세가 생뚱맞다. KBS는 18일 밤 메인 뉴스 시간에 손의원을 등장시켜 앵커와의 대담 코너를 마련해 일부 시청자들의 눈살을 지푸르게 했다. 의혹을 직접 당사자로부터 알아보겠다는 보도자세이긴 하지만 손 의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는 기회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자리에서 손의원은 “20여채를 매입했다고 했지만 대지 면적은 다 합쳐봐야 300평도 못 된다”라며 여론의 예봉을 비켜 나갔다. 정치인이 아닌 국민이 손 의원의 처지라면 그럴 기회가 있을까 싶다. 뉴스 말미에 앵커가 “손 의원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취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적잖은 시청자들이 채널을 이미 돌린 뒤였을 것이다.
손 의원은 “검찰에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수사를 요청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이젠 진상규명의 공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손의원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목포 구도심의 부동산 대량 취득의 전말은 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그 전에 손 의원이 할 일이 있다. 목포 구도심의 재생과 문화재 지정을 자신의 소신 인양 언급하면서도 공사(公私)를 가리지 않은 듯한 발언이나 행동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 진정성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누가 봐도 그렇게 많은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관여한 것을 곱게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그런 일을 했다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할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손의원은 이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부 부동산은 가족이 운영 중인 재단을 통해 사들였을 개연성도 있다. 목포내에서도 매우 제한된 구역에서 손혜원 의원의 남편, 조카, 보좌관 같은 매우 가까운 인사들이 건물과 땅을 무려 20여곳이나 집중 매입한 것은 지역과 목포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손혜원 타운’이니 “손혜원 왕국‘을 건설하려 했다는 의혹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또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과 관련한 프로세스를 공개하고 손 의원의 언행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내놔야 한다. 지금의 형세로만 보면 의혹이 터진 후 이어지는 손 의원의 언행은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