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는 사탕수수밭에 야자수 가로수 … 남방불교영향 건축물 등 '南國 기운'
다리 하나 건너면 국경검문소…중국과 미얀마국민은 비자 대신 출입증 통과
9시 호텔방을 나서 터미널로 이동하다. 터미널에 도착 후 버스를 탈 시간이 제법 남아서 여행가방을 끌고 거리탐색을 해보기로 했다.
발길 닿는대로 걸음을 옮기니 처음 보는 보행가가 나타난다. 늦은 밤 이곳에 도착한 후 처음 봤던 그 보행가가 아닌 새로운 보행가였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보행가는 縣정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또 다른 보행가는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도로 양켠의 상가 대부분이 단일의 미얀마산 비취를 판매하는 가게가 들어섰고 여행자가 보기에 대부분 개점 휴업상태로 보였다.
거리구경을 마치고 터미널로 돌아가 버스에 오르다. 텅총과는 다르게 루이리로 가는 길은 남국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도로 연변에는 수확한 사탕수수가 거대한 규모로 쌓여있고 그리고 아직 자라고 있는 사탕수수가 끝없이 펼쳐진다. 또 연녹색과 진한 녹색의 다양한 채소들이 밭에서 자라고 있어 주변의 큰 수목들과 함께 남국의 정취를 한껏 발산하고 있다. 버스 속에서는 이미 상당히 덥게 느껴진다.
얇은 점퍼를 벗고 셔츠 차림으로 앉았다. 날씨는 서울을 떠난 이후 하루도 흐린 날이 없는 완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텅총으로 올 때 저녁 무렵 태양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아주 짧은 시간 실비가 내리긴 했지만. 동절기 운남의 날씨가 늘 이런지? 약 4시간반의 여정 끝에 남국의 녹음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미얀마와의 국경도시 루이리 버스터미날에 도착했다.
텅총에서 루이리로 이동하는 과정에 그동안 tv화면에서만 봤던 사탕수수밭을 실컷 구경한데 이어 루이리로 진입하자 길거리의 가로수가 대부분 야자수이고 일부 다른 열대의 수목들도 제법 보인다. 이곳 버스터미널이 도심 가운데서도 도심인 듯 싶다. 주변을 좀 다니다 터미널에서 아주 가까운 명주상무주점이란 곳에서 여장을 풀었다. 일박에 176위안이다.
무선인터넷이 가능하고 더운 물이 나오며 난방이 된다고 한다. 방을 보니 그럭저럭 괜찮다. 짐을 풀어놓고 샤워를 마친 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다. 속이 약간 불편한 듯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닭고기 카레밥과 커피 그리고 닭고기 햄버거를 주문해 먹었다. 식사 후 터미널에서 이곳 루이리의 지도를 한 장 사고 국경인 루이리 강변광장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강변 공원지역에서 보는 전통 건축물이나 사찰들은 이미 중국 한족의 그것이 아니라 바로 남방불교계통의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을 보여주어 따뜻한 날씨와 함께 더욱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이 강이 중국과 미얀마를 가르는 국경선이다. 그러나 이는 대체적인 국경일 뿐 반드시 강으로 국경이 구분되는 것은 아니라고 현지 주민이 말해준다. 강 건너 일부 건물이 자리잡은 땅은 중국령이라고 한다.
강변에서 만난 중국청년, 한족 중년여성과 한참 동안 중국여행과 한국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이곳 루이리가 중국과 미얀마의 변경도시로 양국간 교역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특히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미얀마산 비취원석이 주로 중국으로 수입되는데 중국내에서 거래되는 비취의 절반 이상이 이곳 루이리에서 이뤄진다고 일러준다.
즉 이곳 루이리는 아열대의 국경도시이자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취’가 거래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숙소에서 이곳 루이리 강변으로 오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본 가게도 아마 비취가게였던 것 같다.
이 중국 청년은 하북 출신으로 직장이 리장에 있는 여행사이고 지금이 슬로시즌이라 이렇게 여행을 오게 됐다고 한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려면 여행에 관심이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높을 것이고 개별적인 이런 여행은 개인의 만족감도 만족감이지만 회사 업무와도 연결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들과 헤어진 후 강변의 대교를 걸어서 건넜다.
다리를 남북으로 잇는 도로명이 재미있다. 다리이름이 國門대로다. 다리를 건너 15분 정도 걸으면 바로 중국과 미얀마의 국경검문소가 나타난다. 육지를 통한 국경선을 만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일로 상당히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철책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미얀마가 구분되는데 중국과 달리 미얀마의 국경 건물이나 차량 그리고 사람들의 행색이 중국만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지역에는 치마를 입은 그리고 얼굴 피부가 좀 검은 듯한 사람이 유난히 많아 보인다. 아까 만났던 중국인들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 피부가 검은 사람의 다수가 미얀마인이고 아주 얼굴이 검고 얼굴의 윤곽이 서양인을 닮은 듯한 사람들은 인도사람이라고 한다. 이들 미얀마인과 인도인은 성별에 관계없이 치마 비슷한 것을 입고 있는 것 같다. 더운 곳이어서 이런 복장이 더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도시여서인지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은 중국인보다 미얀마, 인도인이 오히려 더 많아 보인다.
이곳 변경지역에서는 정식 비자와는 별도로 양국 국민들이 간편한 출입증으로 상대국가를 자유스럽게 왕래한다고 한다.
국경검문소에서 지켜보니 저녁시간에 중국국경에서 서서 미얀마로 건너가려는 사람들과 반대편 미얀마 검문소에서 중국 국경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아마도 낮시간에 볼일을 보고 저녁때 자신의 국가로 돌아가는 행렬이리라. 잠깐이라도 미얀마 땅을 밟아보고 싶었으나 비자문제로 그럴 수가 없다.
국경지역의 검문소와 양국을 가르는 루이리강 그리고 멀리 미얀마 땅임을 일러주는 동남아 특유의 불교사찰의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택시로 다시 시가 중심지로 돌아왔다.
한 사천식당에서 두부와 계란, 채소요리를 주문해 저녁을 먹다. 이곳이 텅총에 비해 도심의 규모가 훨씬 크고 화려한 듯하다. 무엇보다 버스터미널이 시내 최중심지에 자리잡고 있어 여행객들에게는 아주 좋은 입지로 생각된다. 내일은 당일치기로 망시를 다녀오고 모레는 바오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