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3 02:35 (월)
◇김수종의 취재여록⑨나미브 사막과 물
◇김수종의 취재여록⑨나미브 사막과 물
  • 김수종 이코노텔링 편집고문(전 한국일보 주필)
  • diamond1516@hanmail.net
  • 승인 2020.06.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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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지구와 우주의 신비를 바라볼 수 있어 예술가들 많이 찾아
8천만년 동안 강과 해류, 바람이 협력해 세계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모래언덕 조각
2020년 나미비아 정부 "물부족 탓 그나마 가축 기를 수 있는 사바나의 사막화 걱정"
남아공, 땅속 물 빨아 들이는 유칼립스 숲 자르는 ‘우쿠부쿠 계획’ 통해 지하수 보호

2002년 요하네스버그 리우+10 정상회의 기간 중 내가 속한 환경재단 일행의 여행스케줄에 나미브(Namib) 사막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또 가장 아름다운 모래 언덕(sand dune)이라는 정보를 듣고 기대가 컸다. 사막은 흥분을 일으키는 곳이다.

나는 1983년 한국일보 미주본사의 기자로 파견되어 LA올림픽을 전후해서 4년간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미국 서부 여행을 많이 했고. 한 번은 사막 한복판에서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사고로 가족이 위험에 처한 일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유타를 일컬어 미국 사람들은 서부 사막지대(Western Desert)라고 통칭한다. 애리조나 사막을 보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게 무슨 사막이냐? 옥토지.”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얼핏 보기에 사막 같지 않은 사막이 미국에는 많다. 그렇지만 역시 황량한 땅인 것만은 틀림없다.

나미브 사막은 남아공화국의 서북쪽 대서양 연안에 위치해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을 날아가서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 착륙한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여덟 시간 사막 길을 달려야 소서스플라이(Sossusvlei)라는 오아시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사진(나미브사막에 앉은 필자)=이코노텔링.
나미브 사막은 남아공화국의 서북쪽 대서양 연안에 위치해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을 날아가서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 착륙한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여덟 시간 사막 길을 달려야 소서스플라이(Sossusvlei)라는 오아시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사진(나미브사막에 앉은 필자)=이코노텔링.

미국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을 지닌 사막은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를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죽음의 계곡이다. 하지만 이른 봄 그 곳에 가보면 하얗게 눈에 덮인 텔레스코프 봉(峰)을 배경으로 사막 위에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풍경은 전율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사막은 인간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나미브 사막은 남아공화국의 서북쪽 대서양 연안에 위치해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을 날아가서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 착륙한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여덟 시간 사막 길을 달려야 소서스플라이(Sossusvlei)라는 오아시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내한 관광가이드는 독일이민 3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백인이었다. 그는 버스여행 8시간 동안 나미비아와 나미브 사막은 물론 아프리카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했다. 나는 그에게 “독일에서 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프리카 사람인데 어딜 가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미비아는 과거 독일의 식민지였으며 독일계 이주민 후손을 포함하여 백인 인구가 8%라고 설명해주었다. 아울러 아프리카에서 몇 대에 걸쳐 사는 백인들의 정체성 문제를 들으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아시아인의 정서와 유럽인의 정서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소서스플라이는 나미브 사막을 구경할 수 있는 일종의 기지였다. 말이 오아시스이지 샘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기 때 비가 쏟아져서 홍수가 지면 물이 흘러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분지에 고였다가 증발해버리는 넓은 웅덩이였다.

소서스플라이에 서면 사막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모래 능선이 자신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능선의 모양이 초생달 같은 것도 있고 불가사리같이 여러 갈래로 뻗어있는 것도 있다. 모래 언덕의 높이는 수시로 변한다. 아침에 나타났다가 밤에 사라지는 작은 규모에서부터 그 높이가 무려 400m인 곳도 있다. 소서스플라이의 해발고도가 600m이므로 이 높은 사구의 해발고도는 1,000m나 된다.

나미브 사막의 매력적인 요소는 두 가지였다. 첫째, 칼날과 같은 모래 능선과 그 색깔은 환상적이었다. 모래 속의 철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산화작용을 일으켜 모래 색깔이 붉다. 한갓되이 붉은 게 아니라 색깔이 층층이다. 모래의 굵기에 따라 모래 언덕(砂丘)이 층을 이루기 때문이다. 둘째, 남반구에서 밤하늘의 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여건을 찾아서 세계 곳곳에서 예술가와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나미브 사막을 찾는다.

문명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지구와 우주의 신비를 바라볼 수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별이 빛나는 나미브 사막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장사익의 ‘찔레꽃’을 무반주로 들었다.

나미브 사막 여행 둘째 날 아침 일행은 가벼운 배낭만 지고 그 근처에서 가장 높은 400m 높이 모래 능선 오르기에 나섰다. 낙타를 이끌고 칼날 같은 모래 능선을 올라가는 영화의 장면이 보기에는 흥분을 자아내는 것이지만, 실제로 모래 능선을 걷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모래를 밟으면 발이 모래속에 묻히면서 전진이 매우 더뎠다. 또 바람이 불어오는 쪽 경사가 35도나 되어 발을 헛디디면 굴러 떨어질 것 같이 아슬아슬했다. 35도는 이곳 모래언덕이 이루는 최고 경사인데, 능선에서 내려다보면 낭떠러지 위에 선 느낌이었다.

나미브 사막의 8월 하순은 늦겨울이지만 아침 10시 기온은 20℃를 좀 넘을 정도로 더운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래 표면을 맨발로 걸으면 공중목욕탕 열탕에 발을 담글 때만큼 뜨거웠다. 이상한 것은 발바닥이 모래표면에 닿는 순간엔 몹시 뜨겁지만, 발이 몸무게가 실려 모래 속으로 박히는 순간 싸늘한 감촉이 발바닥 신경을 타고 머리로 전달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이 모래 산에서 도마뱀과 딱정벌레를 만난 것은 예상 밖이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모래가 흩어지면서 몸이 노출된 딱정벌레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모래 속을 비집고 숨었다. 인기척에 놀란 도마뱀도 빠르게 자리를 이동하여 모래 속으로 파고들었다. 비가 내리지 않는 세계 최악의 사막 환경에서 이들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벌레들이 뜨거운 모래의 열기를 피하는 방법은 그날 걸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모래 속으로 1㎝만 들어가면 차갑다. 밤이 되면 이 모래 사막은 10℃이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이슬이 내린다. 나미브 사막의 파충류와 곤충은 기온이 하강하는 밤에 모래 위에 몸을 노출했다가 이슬이 몸에 응결되어 흘러내리면 그것을 빨아먹고 산다. 도마뱀의 이 생존방식이 얼마나 오묘한 적응인지를 알게 되었다.

해발 1,000m의 모래산 꼭대기에 서자 서쪽 멀리 대서양의 수평선이, 동쪽으로 아득히 험준한 바위산이 연봉을 이루고 있었다. 대서양과 바위산맥 사이의 회랑을 따라 모래 언덕은 끝없이 남북으로 뻗어있다. 나미비아 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정한 모래 사막구간만 남북의 길이 400여㎞, 동서의 폭 100여㎞로 그 면적이 약 5만㎢이다. 남한 절반만한 땅이 모두 모래언덕이다.

마치 오대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연봉(連峰)을 모래 언덕으로 바꿔놓은 것을 상상하면 될 것 같았다. 구름이 간간이 지나갈 때마다 모래 능선이 만드는 색(色)과 선(線), 태양아래 모든 것이 정지되어 버린 듯한 사막의 정적은 여행객으로 하여금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이 사막에서 아침에 깨어나니 구름이 잔뜩 끼었다. 비가 올까 걱정했다가 안내인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대서양 해안을 따라 남아공화국에서 앙골라까지 2,000㎞에 걸쳐 폭 100~200㎞로 길고 좁게 뻗은 이 사막의 연평균 강우량은 100㎜가 되지 않는다. 바다에 가까울수록 강우량은 4~20㎜로 현격히 감소한다.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는 구름과 비가 아무 관계가 없었다.

남부 아프리카 서해안은 남빙양에서 적도를 향해 벤구엘라 한류가 흐른다. 이 차가운 해류는 주변 바다를 냉각시켜 바닷물의 증발을 막아버린다.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도 나미브 사막엔 비가 오지 않는다.

나미브 사막에서 정말 불가사의한 것은 그 방대한 모래였다. 2,000㎞의 해안을 따라 폭 100㎞ 이상 발달된 사막의 모래는 어디서 온 것일까?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국경을 오렌지강이 흐르고 있다. 대륙 동쪽에서 발원하여 2,000㎞를 흘러서 대서양으로 빠진다. 대륙의 토사를 실은 강물은 해류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며 해안가에 모래를 쌓고, 이 모래가 남서풍을 타고 대륙 쪽으로 날리며 사구를 이룬다. 8천만년 동안 강과 해류와 바람이 협력하여 세계에서 제일 높고 아름다운 모래언덕을 조각했다는 것이다.

나미비아는 국토 면적이 남한의 8배나 된다. 이렇게 넓은 나라가 온통 사막으로 되어 있으니 타고난 국가의 운명도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가보다 오히려 내륙 쪽이 비가 많이 온다. 사막이 아닌 국토는 관목과 초원이 어우러진 ‘부시 사바나’로 연평균 250㎜ 이하의 비가 내린다. 이삼월 우기에는 사바나의 모습은 화려한 초원이 되지만 나머지 열 달은 모든 것이 말라붙고 대지는 타들어 간다. 기껏해야 목축정도나 가능한 땅이다.

사바나에 띄엄띄엄 흩어진 농가마다 풍차가 세워져 있었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장치다. 안내인의 설명에 의하면 지하수층이 얕아야 30m이고 깊은 곳은 300m까지 파고 들어가도 물이 없다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지하수층은 내려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가 늘고 물소비가 늘면서 계속 지하수를 퍼 올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2020년 나미비아 정부가 유엔에 낸 보고서에 의하면 이 나라의 가장 큰 걱정은 사막화였다. 사막의 나라에서 그런 걱정도 있나 생각했는데, 보고서를 읽어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지구온난화가 촉진되면 나미비아는 지금보다 훨씬 건조한 기후를 나타낼 것으로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축을 기를 수 있는 사바나도 얼마 없어 사막으로 변할지 모른다. 인구 200만 명이 쓸 물을 걱정하는 나미비아를 보면서 한국은 복 받은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바로 요하네스버그 리우+10 정상회의에서 하나의 이슈였다. 왜 아프리카에서 리우+10 회의가 열리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물 문제의 한 단면을 본 것은 남아공화국의 ‘우쿠부쿠 계획’(Ukubuku Program)이었다. 이것은 나무 베어내기 프로그램이었다. 19세기 말 남아프리카 식민정부는 다이아몬드와 금광 채굴 버팀목에 쓸 요량으로 호주에서 유칼립스 나무를 도입하여 대대적인 식목사업을 벌였다. 케이프타운 농업지대에서는 농장의 경계선을 따라 유칼립스 나무가 높은 키를 뽐내며 자라고 있었다. 남아공 어디를 가나 유칼립스 숲이 많다.

그런데 유칼립스 나무가 땅속의 물을 너무 빨아올려 증발시키니 지하수층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남아공 정부는 마치 한국에서 취로사업을 했듯이 ‘우쿠부쿠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실업자를 구제하면서 지하수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하나의 큰 교훈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어떤 지역의 식물은 그 지역의 기후특성에 따라 물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며 그곳에 알맞은 생태계를 이루지만, 외래식물이 들어올 때 그와 같은 물 이용질서는 깨지고 만다.

21세기는 기후위기 시대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위기의 하나가 바로 사막화이다. 세계의 사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들은 느끼지 못하는 기후변화의 한 단 면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미브 사막은 물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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