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8:35 (금)
홍원선의 중국 구석구석 탐색(82)텅총으로 가는길
홍원선의 중국 구석구석 탐색(82)텅총으로 가는길
  • 이코노텔링 홍원선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 wshong2003@hotmail.com
  • 승인 2020.04.28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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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달리던 버스, 도로 보수공사로 네 시간 지체
중국 변경 여행땐 '도로 리스크'감안해 일정 짜야
중심지역 '보행가'는 썰렁, 고급 호텔지역서 숙박

체크아웃 후 짐을 끌고 시외버스터미날로 가다. 텅총행 버스는 대형버스였고 좌석도 편한 편이었다. 하긴 차비가 이제까지 운남에 온 후 버스로 이동한 가운데 가장 비싼 132위안 아니었던가. 처음엔 차가 아주 순조롭게 잘 달렸다.

이른 아침 호텔 창문을 통해 내다본 텅총 중심 주거지역의 모습.
이른 아침 호텔 창문을 통해 내다본 텅총 중심 주거지역의 모습.

대리에서 텅총 부근의 도시까지는 고속도로로 연결되었다. 운남은 과연 구름도 머물고 쉬는 곳이라서 그런지 모든 길이 산길이다. 간혹 평지가 보인다 해도 이는 대부분 고산지역의 평원길일 뿐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대형버스 주차장과 식당이 나타나 이곳에서 버스는 정차하고 승객들은 내려서 식사를 했다. 6가지 찬과 밥이 제공되는 트레이식판의 밥값이 20위안이다.

아주 푸짐하고 저렴해서 좋았다. 무채는 우리의 그것과 흡사했고 나머지 반찬도 입에 아주 잘 맞는다. 점심 식사후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도착 1-2시간 정도 남겨 둔 시점에 숲속길을 달리던 버스가 멈춰 선다. 우리 앞에 여러 대의 차가 줄지어 서 있다. 내려서 앞으로 가보니 ‘전면 도로시공’이란 안내판이 서 있다. 아마도 전방 어느 곳에 도로가 부서져 흘러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텅총 도심의 공원모습.
텅총 도심의 공원모습.

아마도 재작년이었을 것이다. 사천의 청두에서 장족의 도시 캉딩으로 여행하면서 캉딩 가까운 곳에서 산사태로 거대한 바위가 산 위에서 도로 위로 떨어져 도로가 막혀 밤늦게 비 내리는 시골마을에 내려 여관을 찾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도 그날의 반복이 될 것인가? 산중이라 되돌아갈 수도 없고 마냥 이곳에서 도로 보수가 끝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주 황당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변경을 여행할 경우 이처럼 도로 문제로 여행시간이 아주 늘어지는 상황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정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러나 옆좌석과 앞좌석에 자리잡고 앉은 남매간인 청년 3명과 함께 대화하면서 오느라 버스 안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그다지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오후 3시에 정차한 차가 이제 저녁 6시가 넘었다. 오늘 중으로 출발이나 할 수 있을지, 밤늦게 도착한다면 호텔방은 잘 잡을수 있을지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차가 정차한 시간 실비가 아주 조금 내리기 시작한다.

來鳳산으로 가는 도중 만난 로터리 모습. 야자수의 모습이 이곳이 온대가 아닌 아열대지역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來鳳산으로 가는 도중 만난 로터리 모습. 야자수의 모습이 이곳이 온대가 아닌 아열대지역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지난 17일 동안 운남을 여행하면서 날씨가 계속 청명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약간의 실비를 만났지만 하늘은 전혀 흐리지 않고 밝고 환했다. 대기도 포근하고 따뜻하다. 이런 날씨는 대리와 리장과는 좀 다른 것 같았고, 또 주변에 녹색 수목이 아주 울창해 진정 남국으로 왔다는 실감이 난다. 앞으로 가게 될 미얀마와의 접경도시인 루이리와 운남의 남단 다이족자치주 시수앙빤나는 완전히 짙푸른 녹음이 가득한 열대의 기후를 만끽할 것이라 생각하니 찻길이 뚫리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도로공사 표지판을 보고 차가 정차한지 3시간 40분이 지났다. 반대 차선에서 차들이 쉼없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도로가 소통되었지만 쌍방통행은 안되고 일방통행이 제법 이어지는 것이다. 맞은 편 차선의 차가 어느 정도 소통된 후에 우리 차선의 차량이 출발하나 보다. 20분 정도 지나 우리 차선의 차량이 이동을 시작하였다. 약 4시간이 지체되었다. 주변은 이미 어둑해졌고 버스는 끝도 없는 산길을 돌면서 달린다. 그러나 남국의 산야에 수목들이 싱거로운 향기를 발산하는 데다 이 계절 한국에서 보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차창을 통해 보니 기분이 들뜨는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서 해는 완전히 서산으로 가라앉았고 이어 서산으로 떨어진 태양이 내뿜는 붉은 기운마져 사라지고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는다. 그러나 어둠 가운데서도 도로 양켠의 울창한 수목들의 진한 음영이 느껴진다. 차는 계속 달렸다.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된 도착시간이 텅총 시외버스터미날에 닿으니 밤 8시다. 주위는 완전히 암흑상태이고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을 태우려는 택시들이 우리를 맞고 있다. 한 택시를 잡아타고 보행가로 갔다.

來鳳山으로 올라가는 초입의 시내 도심공원 모습. 울창한 수목과 잘 관리된 잔디밭이 아주 편안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來鳳山으로 올라가는 초입의 시내 도심공원 모습. 울창한 수목과 잘 관리된 잔디밭이 아주 편안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보행가는 특정 지명이 아니라 보통명사로 보통 중국 각지 시가지의 중심이나 번화가에 위치한 곳으로 글자 그대로 차량 출입은 제한되고 주로 주민이나 여행객이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소비활동도 하는 그런 공간이다. 대부분의 도시지역에는 보행가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곳이 아니라 둘 이상의 보행가도 있다. 보행가까지 택시비는 7위안이었다.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은 특정 중심거리와 지역명을 모를 경우 보행가로 이동하면 거의 그 지역 중심지에 닿게 된다.

그러나 밤늦게 도착한 텅총의 보행가는 중심가다운 특별한 환경이 아닌 듯하고 오히려 좀 후줄근한 동네의 분위기가 났다. 걸음을 옮겨 한 호텔을 찾았다. 방값이 120위안이라고 하여 방을 좀 보고자 하였으나 몸집이 큰 여성이 나와 아주 퉁명스럽게 응대한다. 방을 봤으나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 깊은 밤이었지만 다시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고급호텔거리가 있는 동네로 이동하였다. 역시 택시비는 7위안이었다.

처음 들어간 호텔은 ‘김옥’호텔로 신축호텔이었고 숙박비가 350위안이다. 가격이 좀 세다고 생각되어 건너편의 ‘맥전’호텔로 갔다. 로비의 모습이나 인테리어 수준이 방금 본 호텔에 비해 손색이 없었고 직원들이 아주 진지하고 친절했다. 방을 보니 아주 훌륭하고 방호수도 중국인이 아주 좋아할 만한 8008호다. 방값은 280위안이었다. 일단 2박 숙박비를 지불하고 방에 올라오니 비로소 긴장이 풀린다. 감기 기운이 많이 느껴진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니 하루가 무사히 지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중국의 아름다운 지역 운남의 깊숙한 곳으로 왔다는 느낌이 함께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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