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주 고진의 사방가 바라보는 곳서 점심…'3500원짜리 이발'만족
늦게 일어나 여유로운 아침을 맞을 생각이었는데 아침 시간 중국중앙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충격적인 뉴스에 정신이 번쩍 든다. 오늘 새벽 1시 넘어 샹그릴라의 두커종 고성에 대화재가 발생, 고성이 거의 전소했다는 뉴스를 전하며 화마에 휩싸인 고성의 건축물이 붉은 화염과 함께 스러지는 충격적인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불과 30여시간 전 그곳 두커종 고성에서 장족부인이 파는 요구르트도 사서 먹고 세계 최대의 전경통을 구경하고 티벳사원의 승려와도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그 아름다운 고성이 화마에 휩싸이다니... 너무나 놀랍고도 충격적이라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며 세상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허탈감과 무력감이 일순간 몰려온다. 만약 여행 일정이 뒤바뀌어 며칠 지나 그곳을 탐방했다면 어쩔 뻔 했나. 아름다운 고성은 커녕 잿더미만 구경할 뻔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름다운 고성이 언제 다시 복구될지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짧은 시간 두커종에서의 아름다운 기억과 대화재가 가져온 충격을 삭이면서 오늘 일정에 대해 좀 궁리하다가 대리고성에서 가까운 옛마을인 희주 고진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서 바로 간다는 버스는 시외버스터미날에서 표를 끊어야 하나 터미널로 가는 것이 번거로워 시내버스로 갈 수 있는데까지 가 보기로 하고 8번 시내노선버스를 타다. 이 버스의 종점은 대리 고성 내에 있는 병원 앞이었고 이곳에서 희주 고진을 가는 교통편을 궁리하고 있는데 젊은 그러나 아주 당차게 생긴 얼굴이 그을린 여성이 와서 희주고진을 가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10위안을 내라고 한다. 아까 도로 이정표를 본 바로는 고성에서 희주고진까지 거리가 거의 20km 떨어져 있어 바로 이 차를 타야 된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8인승 미니봉고에 이미 4명의 승객이 확보되었고, 2-3분만에 7명이 모두 채워져 합승택시는 곧 출발하였다. 옛 마을 입구에 내려 기사인 젊은 여성이 입장료를 대신 사준다해서 60위안을 건네고 표를 받았다. 그러나 고진으로 들어가고보니 속은 느낌이 좀 든다. 민가로 제법 큰 집이었는데 3채의 집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주로 보이차나 각종 장신구,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였고, 한 집에서만 바이족의 다양한 의복이 전시돼 있어 그나마 약간의 위안이 됐으나 이곳은 결코 60위안을 내고 둘러볼 만한 곳은 아니었다. 이곳을 나와 본격적으로 옛마을을 탐색하였다. 마을 안쪽을 향해 좀더 발걸음을 옮겼더니 옛마을입구임을 나타내주는 패방이 나오고 이어 사방가가 눈앞에 나타났다. 리장고성에서도 샹그릴라의 두커종고성에서도 모두 사방가가 있었다. 이곳 사방가는 규모가 작았지만 아담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이미 시간이 12시가 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가의 한켠에 한 식당이 눈에 들어와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에 자리잡고 앉으니 사방가의 모습이 한눈에 다 들어왔고 아주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 식당의 주인은 이지역 사람들의 억양과는 완전히 다른 북경발음을 충실히 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얼마나 장사를 했는가 물어보니 18년이 지났단다.
그의 고향을 물어보니 이고장 토박이다. 북경발음을 충실히 해서 아주 듣기 편하고 좋다고 칭찬해주니 그의 얼굴도 아주 밝아진다. 돼지고기에 파와 고추를 넣은 볶음요리와 부추계란볶음을 주문하고 맥주도 한병 시켰다. 부추는 자신의 어머니가 직접 재배한 것으로 화학비료를 전혀 안 쓴 건강식 녹색식품이라고 한다. 요점 어딜 가더라도 중국인의 입에서 녹색식품 녹색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만큼 환경문제, 건강문제가 우리의 핵심관심사로 떠올랐음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주인은 마침 옆자리 북경에서 온 학생들이 들고 온 여행책자 론리플래닛 중문판을 들고 오더니 한 페이지를 펼치는데 희주고진의 식당 소개란에 자신의 식당이 등재되어 있다면서 손으로 가리키는데 과연 그곳에 식당에 소개되어있다.
밥을 먹으면서 주인과 일상사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식당을 나섰다. 식사를 마친 후 고진을 벗어나 대리고성까지 가는 버스를 7위안을 주고 탑승했다.
고성에 내려 자연스럽게 중심거리인 양인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전 이곳에 왔을 때 먹었던 훈둔생각이 나서 배가 전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큰 훈둔 한그릇을 주문하여 먹었다. 여전히 맛이 아주 좋다. 점심에 간식에 이어 패스트푸드점으로 이동하여 커피도 한잔 하였다.
홀로 집을 떠나 만리 밖의 아름다운 여행지의 맑고 밝은 하늘 아래 카페 대형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광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를 마시자 더 없이 행복한 기분이 든다. 고성에서 8번 시내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다. 여행 중에 제법 길어진 머리카락을 좀 잘라야겠다싶어 3곳 이발소를 바깥에서 탐색한 후 한 가게를 선택하여 머리를 맡겼다. 머리카락을 많이 잘라달라는 부탁만 했다. 우선 머리를 씻겨준다. 이곳의 이발소의 의자는 완전히 90도가 젖혀지는 거의 침대 수준이다. 의자를 세운 상태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의자를 90도롤 젖혀 완전히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감겨준다.
서울의 미용실에서는 의자가 뒤로 제쳐지며 몸이 지면과 약 20-30도 정도 각도를 유지하는데 비해 이곳은 완전히 누운 상태에서의 머리를 감는 것이 이색적이긴 했으나 한국 미용실에 비해 그다지 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머리를 감긴후 이발을 하는데 머리카락을 많이 잡아당기면서 가위질을 하는 것 같다.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으나 좀 시간이 지난 후 머리를 한번 보라고 한다.
기대보다 훨씬 잘 머리카락을 잘랐다. 상당한 수준이 있는 친구인 것 같다. 이발비는 21위안이었다. 이발을 마치고 나니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다. 어제 저녁 상당히 고생(?)을 했고, 이곳에 식당다운 식당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좀 걱정이 됐다. 결국 이슬람식당에서 목이버섯요리, 계란볶음과 파와 쇠고기를 볶은 요리를 주문했다. 밥은 큰 그릇으로 할거냐 작은 그릇으로 할거냐를 묻는다. 큰 그릇은 양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어 작은 그릇으로 주문하였다. 그러나 밥그릇이 나오고 깜짝 놀랐다. 밥그릇이 상상치도 못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국그릇도 이만큼 크지는 못할 것이다. 밥을 많이 먹는 필자도 작은 밥그릇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양만 먹었다. 다시 커피 한잔 마시고 부두쪽을 발길을 옮겼다. 이제 내일은 많은 한국인들의 관광 관심지역이 아닌 텅총으로 간다. 텅총은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기대가 큰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