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5:05 (금)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10) 포철건설 韓日 줄다리기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10) 포철건설 韓日 줄다리기
  • 김정수 전 중앙일보 경제 대기자
  • econopal@hotmail.com
  • 승인 2020.05.11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료 회담전 日'니혼게이자이'韓'동아일보' 통해 서로의 협상카드 내비치며 탐색
박태준이 돌파구 열자 쓰루 "日 3대 철강사 사장의 기술협조 서명 가져오라"특명
굴욕적 대일외교란 여론의식해 일본으로 향하던 날 "구걸 사절단 아니다" 메시지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포철 신사업계획을 공표하는 자리에서 쓰루는 ‘일본 정부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일본을 향해 ‘4주 뒤 있을 한일각료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종합제철 건설 사업에 청구권자금 사용을 요청할 것이다’라는 도전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하루가 아쉬운 마당에 서로 눈치 보느라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서로 카드를 다 까놓고 판을 벌이자는 얘기였다. 한일 양국 모두 8월 26일로 예정된 한일각료회담에서 종합제철소 건설이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양국은 상대편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심지어 무슨 협상 카드를 동원하려는지까지 짐작하고 있었다.

일본으로부터 포항종합제철소 건설에 대한 자금과 기술지원 약속을 받아내고 의기양양하게 귀국한 쓰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출장가방이 풍선처럼 하늘에 뜰 정도로 속이 빈 경제협력을 얻느라 외교문제 부담만 안고 돌아왔다는 일부 언론의 혹평이었다.(경향 69.8.29) 그의 분노가 공개적으로 폭발하여 한동안 기자들과 어색한 사이로 지내야했다.
일본으로부터 포항종합제철소 건설에 대한 자금과 기술지원 약속을 받아내고 의기양양하게 귀국한 쓰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출장가방이 풍선처럼 하늘에 뜰 정도로 속이 빈 경제협력을 얻느라 외교문제 부담만 안고 돌아왔다는 일부 언론의 혹평이었다.(경향 69.8.29) 그의 분노가 공개적으로 폭발하여 한동안 기자들과 어색한 사이로 지내야했다.

일본은 한국의 협상 포지션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시그널을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을 통해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한국도 일본 정부의 입장과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국내 언론을 통해 열심히 알리고 있었다. 그런 공개적 사전 교감이 있었기에 아무런 사전 연습이나 정지작업이 없었는데도 한일각료회담에서 포철 건설 협상이라는 ‘커플 댄스’가 그토록 물 흐르듯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한일각료회담이 개최되기 직전인 8월 22일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한 달 가까이 일본에 머물며 업계로부터 기술 협력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박태준 포철 사장이 일본철강연맹 이나야마 요시히로(稻山嘉寬) 회장이 주도하여 야하타(八幡)제철, 후지(富士)제철, 니혼강관(日本鋼管) 등 3사 대표가 연명한 ‘포항종합제철 계획의 검토에 관한 건’이라는 공문을 받은 것이다. 박 사장이 바로 서울로 날아와 쓰루에게 그 공문을 전했으나, 뜻밖에 그의 반응은 싸늘했다. 철강업계의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면서 (일본에 다시 가서) “일본 3대 철강회사 사장들의 서명이 담긴 기술협약 문서를 받아 오라”는 것이었다. 그길로 다시 도쿄에 간 박 사장은 철강연맹 회장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어려운 ‘숙제’를 털어놓았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이나야마 회장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다시 세 사람이 서명을 한 협력 문서를 들고 나타난 박 사장에게 쓰루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번에는 확약서 문구에 “종합제철소 건설계획이 ‘일응(一應) 타당하다’는 표현이 애매하다며 ‘일응’을 빼고 ‘타당성이 있다’라고만 된 문서를 새로 받아 오라”고 했다. 그때는 일본 철강 ‘3인방’이 이미 여름휴가를 떠난 후였다. 박 사장은 이틀 동안 각각 다른 휴가지에 있는 사람들을 비행기와 차를 이용해 일일이 찾아가 ‘일응’이 빠진 기술협약서에 서명을 받아냈다. 곧장 하네다공항으로 달려간 박태준이 그 확약서를 쓰루에게 전달한 것은 한일각료회담이 개최되기 전날인 8월 25일이었다.

한일각료회담을 위해 도쿄로 출발하는 쓰루는 기자들에게 “한국 대표단은 ‘Beggar Mission(구걸사절단)’이 아니다”라며, 제3차 한일각료 회담은 ‘과거의 요구 형식을 지양’하여 동등한 협력 파트너로서 서로가 주고받는 협상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아무도 묻지 않은 ‘구걸사절단’ 얘기를 그 스스로 꺼낸 것은 당시까지도 남아 있던 ‘굴욕적 대일외교’에 대한 국내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