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2 15:17 (토)
문화강국 초석 닦은 CJ의 '25년 마중물 투자'
문화강국 초석 닦은 CJ의 '25년 마중물 투자'
  • 김승희 이코노텔링기자
  • lukatree@daum.net
  • 승인 2020.02.11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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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 이미경 부회장 'CJ 남매' 영화 등 문화 콘텐츠 투자 새 지평
'오스카 4관왕'기생충의 수상 물밑 홍보전에 거액 지원해 '국가의 격 높여"
사진= 아카데미 공식홈페이지.
이미경 부회장은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이재현 CJ회장에게도 감사하다"며 수상소감을 밝혀 'CJ남매'가 그간 문화콘텐츠 투자에 한몸으로 의기투합 한 점을 내비쳤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미경부회장이다. 사진= 2020아카데미 시상식 공식홈페이지.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상 수상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발표된 직후 봉 감독에 이어 무대에 서 수상 소감을 밝힌 여성에게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 주인공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었다.

"'기생충'을 지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특히나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 영화를 보러가 주시는 분들이다. 저희의 모든 영화를 지원해 주었고,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바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미경 부회장은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손녀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손자이자 이건희 회장의 조카다. 이재현 현 CJ회장의 누나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삼성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한국의 첨단산업을 이끌고 있다면, CJ는 문화산업의 대부 격이다. 그 중심에 이 부회장이 있었다. CJ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기존 사업과 접점이 없던 엔터테인먼트·미디어를 주력 사업으로 선택했다.

이 부회장은 1995년 제일제당 입사 이후 문화산업 부문을 이끌었다. 2011년 CJ그룹 부회장이 되기 전까지 제일제당과 CJ엔터테인먼트의 사업부 이사·상무, CJ미디어 부회장,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 등으로 한 우물을 팠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이재현 CJ회장에게도 감사하다"며 수상소감을 밝혀 'CJ남매'가 그간 문화콘텐츠 투자에 한몸으로 의기투합 한 점을 내비쳤다.

 CJ의 문화사업은 예능·드라마를 주축으로 한 케이블TV와 영화투자 등 크게 두 분야다. 이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던 시기에 괄목하게 성장했다. 케이블TV 분야는 드라마·예능 전문 채널 TVN, 음악 전문 MNET, 영화 전문 채널 CGV 등 10여개 채널을 운영하며 앞서간다.

이미경 부회장의 '영화 사랑'도 남다르다. 한국 영화의 국제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봉준호를 비롯해 박찬욱·이창동 감독 등이 세계적 반열에 올라서기 전부터 적극 지원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이는 CJ가 투자·배급한 영화 중 국내 흥행은 물론 세계적 권위를 가진 영화제 수상작이나 후보작들이 상당함으로 입증된다. CJ는 기생충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인 '살인의 추억'(2003), '마더'(2009), '설국열차'(2013) 등의 투자 배급도 맡았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와 '아가씨'(2016),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버닝'(2018)도 CJ가 지원했다.

CJ의 문화사업 분야 급성장에는 이미경 부회장 특유의 과감하고 열린 사고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TVN의 'SNL(Saturday Night Live)코리아' 방송과 실험적인 영화작품들에 대한 투자·배급은 이 부회장의 이런 성향 덕분에 가능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SNL코리아에서 대통령 등 정치인에 대한 풍자 방송이 나가고,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을 CJ가 지원한 것이 빌미가 되어 정치권에서 이 부회장 사퇴 요구 등 'CJ 흔들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정·재계에 나돌았다. 오비이락 격으로 2013년 이재현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이 부회장도 건강 악화를 이유로 2016년 이후 하와이에 체류했다. 그런 그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쓴 '기생충'과 함께 공개 석상에 다시 등장했다.

아카데미상 수상은 작품성과 대중성이 뛰어난 작품들 간 콘텐츠 경쟁의 장이자 글로벌 기업들의 ‘자본경쟁’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표를 행사하는 8000여명의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을 겨냥해 쓰는 캠페인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시상식 직전까지 여러 매체와 인터뷰 및 관객과 대화(GV)에서 ‘기생충’을 알리는데 노력한 데 더해 CJ ENM도 이번 캠페인에서 행사, 감독 및 배우 체류, 리셉션, 통역사 비용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1월호는 “미키 리(이 부회장)는 지난 10여년간 위험하고 혁신적인 영화에 투자하는 위험을 무릅썼다”며 “한국의 예술가들, 특히 배우들을 후원해온 기록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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