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5:30 (토)
양재찬의 데이터경제학③“빅데이터가 돈이다”
양재찬의 데이터경제학③“빅데이터가 돈이다”
  • 양재찬 이코노텔링 총괄편집위원장(現 한국은행 자문위원)
  • jouryang@hanmail.net
  • 승인 2020.01.15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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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배달 업체, ‘ 배달의 민족 ’의 데이터 탐 나 5조원 베팅
14개월만에 늑장 국회 통과됐지만 빗장 풀리자 재계 환호
'개인정보 암호처리'해 AI와 IT결합땐 신산업 큰 시장 활로

경제계가 학수고대하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ㆍ신용정보법ㆍ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마침내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실로 모처럼 국회가 박수를 받았다. 수십 차례 국회를 오가며 법안 통과를 호소하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세”를 외쳤을 정도다.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기술력은 최고 기술국인 미국 대비 81.6%에 머문다. 유럽(미국 대비 90.1%)은 물론 중국(미국 대비 88.1%), 일본(미국 대비 86.4%)보다 낮은 수준이다. 빅데이터 기술 수준도 미국 대비 83.4%로 낮아 빅데이터와 AI 기술 발전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처지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기술력은 최고 기술국인 미국 대비 81.6%에 머문다. 유럽(미국 대비 90.1%)은 물론 중국(미국 대비 88.1%), 일본(미국 대비 86.4%)보다 낮은 수준이다. 빅데이터 기술 수준도 미국 대비 83.4%로 낮아 빅데이터와 AI 기술 발전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처지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데이터 3법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기업인들이 이처럼 감개무량해 하나?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데이터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흔히 데이터, 특히 방대한 규모로 축적된 빅데이터는 ‘미래산업의 원유(또는 쌀)’로 불린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들이 갖고 있는 각종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해 새로운 미래형 신산업을 태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활용은 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존 산업에서도 고객의 수요와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독일계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투자 지분을 4조8000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인수ㆍ합병(M&A)하는 것도 ‘배민’이 보유한 고객 데이터가 탐이 나서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갖고 있는 각종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데이터 3법 개정안은 2018년 11월 발의됐다. 데이터 3법 개정은 개인정보의 비식별화가 핵심이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가명 개인정보로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가명정보란 이름이나 연락처 등을 암호화해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기관과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해 활용도가 높은 빅데이터를 산출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신산업을 태동시키거나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3법 개정안도 다른 민생경제 법안과 마찬가지로 국회 처리가 지연됐다. 일부 시민단체가 개인정보 보호에 문제가 있을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여야 정당들이 정쟁을 일삼으며 방치하다가 발의된 지 14개월 만에 늑장 처리했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는 사이 한국의 신산업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허브 수준을 측정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지난해 9월 기준 36위에 그쳤다. 순위가 가장 높았던 2015년 9월에 비해 4년 사이 30계단 추락했다(영국 컨설팅그룹 지옌 분석).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2018년 빅데이터 활용 역량을 조사한 결과에선 63개국 중 31위였다.

경쟁국들은 이미 개인정보 관련 규제 빗장을 풀어 활발한 공유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부터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룰지 규정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시행 중이다. GDPR은 상업적 목적 등 모든 연구에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전 익명 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한 일본은 2018년 GDPR의 적정성 평가를 통과해 EU와 세계 최대 개인정보 벨트를 구축했다. 일본 기업들은 유럽국가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데 따로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한국은 그동안 개인정보를 활용할 길이 막혀 있어 GDPR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정보기술(IT)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에 합의한 배경 중 하나도 양국의 AI 기술을 합쳐 글로벌 AI 기업과 맞서 싸우자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AI를 작동시키는 원유와 같다. 한국은 빅데이터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에 AI를 발전시키려면 빅데이터에 대한 연구개발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비록 늦게나마 데이터 3법 국회 통과는 AI 업계에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클라우드 업계도 데이터 3법 통과를 반긴다.

AI 성능을 개선하려면 머신러닝(기계학습)이나 딥 러닝(deep learningㆍ심층학습)을 통해 AI를 가르쳐야 한다. 이때 필수적인 것이 관련 데이터다. 양질의 데이터가 많아야 이를 기반으로 학습한 AI가 향상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동안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으론 누구 정보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가명정보) 처리해도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다른 곳에 제공할 수 없었다. 어느 기업이 축적한 데이터를 다른 기업과 공유하는 길이 막혀 시너지를 내기도 어려웠다.

데이터 3법 통과로 이제 여러 분야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협업할 수 있게 됐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에 축적된 금융 데이터와 스마트폰 기반 위치정보를 조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AI 기술 전문업체와 데이터를 가진 일반업체가 협업해 새로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도 열릴 것이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제공ㆍ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큰 시장이 열릴 것이다. 이참에 데이터에 대한 사회 인식도 바꿔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자신의 데이터가 소중함을 인식하고 합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개인정보 등)를 제공하고 보상받는 길도 열려야 할 것이다.

데이터 3법 통과로 여러 부처에 산재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중앙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된다. 그 위원장은 장관급이다.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개인정보 보호 컨트롤타워이자 조사ㆍ처분권을 갖는 권익보호기관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시민단체들이 염려하는 개인정보 침해 소지를 차단함으로써 데이터 3법의 입법 취지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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