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이웃돕기 모금 상황을 알리는 서울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성탄절과 연말을 앞둔 시점까지도 더디게 오르고 있다.
2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해 '희망 나눔 캠페인'이 시작된 지 한 달째인 지난 19일 기준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34.1도였다. 사랑의 온도탑은 내년 1월 31일까지 목표액(4257억원)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오르며,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도가 된다.

2015년까지는 통상 한 달 되는 시점에 온도탑 수은주가 40도를 한참 웃돌았는데, 국정농단 사태가 기부 분위기를 냉각시킨 2016년에는 23.5도로 뚝 떨어졌다. 이어 2017년에도 불우아동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 희소병 딸을 위한 기부금 12억원을 가로챈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 여파로 30일째에 33.7도에 그쳤다. 2018년에는 34.5도로 소폭 올랐다.
공동모금회 측은 "경기침체와 기부금 유용 사건 등이 맞물려 몇 년 새 기부 정서가 위축됐다"며 "작년에도 1월 말이 돼서야 기부금이 모여 100도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고 설명했다.
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낸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도 2016년을 기점으로 신입회원 수가 감소하고 있다. 2008년 6명으로 시작해 2016년 422명까지 매년 신입회원 가입자 수가 조금씩 늘었는데 2017년부터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는 이달 19일까지 가입자가 196명에 그쳤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9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한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기부할 의향이 있는 이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비중은 25.6%로 직전 조사인 2017년보다 1.1%포인트 줄었다. 2011년 36.4%와 비교하면 10.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향후 기부 의향이 있는 사람은 39.9%, 유산기부 의향이 있는 사람은 26.7%로 역시 2년 전 조사 때보다 각각 1.3%포인트, 7.8%포인트 줄었다.
기부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51.9%)가 가장 많았다. '기부 단체 등을 신뢰할 수 없어서'(14.9%)라는 응답도 직전 조사보다 6.0%포인트 증가했다.
비영리단체(NPO)들은 경기침체가 기부심리 위축의 주요 이유로 지목된 점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기부금 운용에 대한 기부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NPO들이 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부자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