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오토바이헬멧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홍완기 ㈜HJC회장(78)이 8순을 코앞에 두고 새 판을 벌이고 있다. 이번엔 건자재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제대로 한번 해보려고 시범 전시장 설치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 HJC빌딩에서 만난 홍 회장은 “헬멧은 오토바이 타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지만 웰빙 건자재는 인간 모두를 위한 아이템이어서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우는 웰빙 건자재는 다름 아닌 우리 황토로만든 판넬이다. 이미 강도시험을 거쳤고 곧 규격과 인증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황토방은 이미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건축 실내에 접목하는 시도는 홍 회장이 처음이다.
홍회장은 “ 우리가 개발한 황토판넬로 실내 벽면에 붙이는 공사를 했는데 인부들의 피부병이 낫고 예민한 피부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 나도 깜짝 놀랐다”며 “연내 시판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토바이 헬멧수출로 성공한 그에게 새 사업 진출의 의미를 물었다. “나는 돈을 벌 만큼 벌었지. 뭔가 시도하고 도전 해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내가 그걸 감당할 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부자가 안이하게 있으면 회사나 나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쉼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인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기업가 정신'이라는 부연설명도 했다.
홍 회장의 도전은 지금부터 47년전인 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당시 취업할 기회도 있었지만 기어이 창업을 했다. 부인과 단칸방에 살고 사업초기에 적잖은 고비를 만났지만 자기사업을 한다는 사실에 마음은 늘 풍요로웠다고 한다.
“나는 욕심이 많았나 봐. 월급장이론 큰 돈을 벌긴 어렵다고 보고 무조건 사업을 했지. 무모한 점도 있었지만 그 땐 지금보다 배포가 컷어”
그의 처음 사업은 봉제다. 세 평 남짓한 곳에서 미싱 몇 대를 두고 오토바이 헬멧 안에 넣는 안감을 제작해 납품했다. 그런데 그 헬멧 업체가 어려워지자 사업인수 제안을 받고 바로 은행융자를 받고 사들였다. 그게 바로 지금의 HJC의 전신이다.
그는 그 사업을 허투루 인수하지 않았다. 배포가 컸다. 일본산 등 세계 일류의 헬멧을 갖다놓고 밤새 뜯어보고 분석해 품질 수준을 높였다. HJC가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일본업체 한 두 곳은 두 손을 들었다고 한다.
IMF(외환위기)때는 수출로 큰 재미를 봤다. “제품 대부분을 수출하다보니 수출대금이 두 배로 들어오는데 눈이 휘 둥그레졌지. 성공은 준비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그 때 알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물론 부자다. 하지만 지금도 함부로 돈은 쓰지 않는다. 회사마케팅 책자 인쇄나 개발 투자비등에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회사 인근의 밥집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해결한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헬멧 거인’의 삶은 외국신문들이 조명한 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2005년 HJC 헬멧을 수입해 미국 전역에 뿌리는 딜러의 집은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초호화 저택에 사는데 정작 이를 만들어 수출하는 홍 회장은 아파트에서 산다며 홍 회장의 생활태도를 기사화했다.
홍 회장은 “내가 이 나이에 신규사업에 나서는 것은 돈을 벌 욕심보다는 뭔가를 이루려는 성취욕 때문”이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기업들이 움츠리지 말고 자꾸 새 사업을 해야 기업도 나라도 건강 해지는 것 아니냐”며 파안대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