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5:25 (수)
'先代 회장의 포석'26년만에 SK의 新藥 결실
'先代 회장의 포석'26년만에 SK의 新藥 결실
  • 곽용석 이코노텔링기자
  • felix3329@naver.com
  • 승인 2019.11.23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미국 FDA 품목 허가 개가
26년전 최종현 선대 회장이 그룹미래산업으로 포석
최태원 代를 이어 '바이오' 뚝심…국내 첫 독자 신약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내년 2분기 현지 출시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2001년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 지난해 FDA 허가 신청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뇌전증 신약이다. FDA로부터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발작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FDA에 직접 판매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SK바이오팜은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에서 2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현지 허가를 신청했다. 1~3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엑스코프리는 위약 투여군 대비 유의미하게 발작 빈도를 낮췄다.

SK바이오팜은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에서 2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현지 허가를 신청했다/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은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에서 2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현지 허가를 신청했다/사진=SK바이오팜.

또 약물치료를 유지하는 엑스코프리 투여군 28%에서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완전발작소실'이 확인됐다. 위약 투여군에서는 9%였다. 완전발작소실은 환자가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뇌전증 신약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FDA의 허가에 따라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마케팅과 판매를 직접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 예상 출시 시점은 2020년 2분기다.

과거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가 흥분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해 약 2만 명이 뇌전증으로 진단받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는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이 2022년까지 69억 달러(약 7조 원) 규모로 2018년 대비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의 첫 신약 독자개발은  1993년 신약 개발에 뛰어든 뒤 사반세기가 넘도록 뚝심있게 밀고 나간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본 것이다.  선대 최종현 회장이 그룹의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포석을 깔았다. 결국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다.

바이오는 고부가가치 성장산업으로 많은 기업이 탐내는 영역이지만 쉽게 발을 들이밀기 어려운 분야다. 통상 10∼15년의 긴 기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5천∼1만개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단기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기업에서 경영진이 흔들림 없는 의지로 끌고 가지 않으면 이뤄내기 힘든 일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기업들이 실패 가능성이 낮은 복제약 사업을 할 때 SK는 혁신 신약개발에 매달렸다.

SK그룹의 신약개발 씨앗은 선대 최종현 회장이 대덕연구원에 관련 팀을 꾸리면서 뿌렸다. 1998년 취임한 최태원 회장은 이를 이어받아 발아시키고 마침내 열매를 만들어냈다.

최 회장이 바이오사업에 비전을 제시한 것은 2002년이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단계를 통합해서 독자 사업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2030년 이후 바이오를 그룹 중심축으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뉜 조직을 통합해서 신약 연구에 집중토록 하고,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도 신약개발 조직은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었다. 신약개발은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그룹 차원에서 받쳐줘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수천억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듬해 SK는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출시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실패를 겪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까지 한 상태였다. 최 회장은 이 때 오히려 미국 연구소를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데려오는 등 더 힘을 실었다.

2011년엔 신약개발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SK바이오팜 현지법인이 된 미국 연구소(SK라이프 사이언스)는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토대로 이번에 엑스코프리 임상을 주도했고,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도 맡는다.

SK는 신약개발에 더해 원료 의약품 생산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이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이후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첫 사례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에 획을 그었다. 6월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이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 의약품 생산사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을 통합해서 SK팜테코를 세웠다. SK는 엑스코프리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제2, 제3의 세계적인 신약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