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5 23:45 (월)
[김성희의 역사갈피] 성형수술 받은 '선구자'
[김성희의 역사갈피] 성형수술 받은 '선구자'
  • 김성희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6.01.05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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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로 쌍꺼풀 수술받은 이는 미용사이자 배우 경력도 있는 오엽주란 '개화' 여성
최초의 '한류' 스타이자 '패션 리더'…'변장'수준에 이른 현대 화장술에 대한 그의 평가 궁금
우리나라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이는 미용사이자 배우 경력도 있는 오엽주란 '개화' 여성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우리는 '성형 천국'에 산다. 이른바 미인들 스스로 '의느님' 덕분이라는 이도 적지 않고, 취업 면접 등을 위해 남성들도 성형수술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도 되지 못한다.

어쩌면 눈이든 턱선이든 성형수술 받는 것을 새해 목표 중 하나로 삼는 이가 있다 해도 그리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 땅에 성형수술은 언제 선보였을까. 『육체의 탄생』(이영아 지음, 민음사)에 답이 있다.

책에 따르면 1930년 5월 대중잡지 『별건곤』에는 "쌍꺼풀 수술이나 융비술(코를 높이는 수술)은 아직 조선서는 하는 데가 없어 수술을 받으려면 일본으로 건너가야 한다"는 김은선이란 의사의 말이 실렸다. 한데 1933년 이후에는 신문잡지에 성형수술 관련 기사가 종종 실렸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1930년대 초중반이면 이 땅에서도 성형수술이 시술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단다.

이 무렵 기록상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이는 미용사이자 배우 경력도 있는 오엽주란 '개화' 여성이다. 오엽주는, 일본에서도 몇몇 여배우만 쌍꺼풀 수술을 받던 시절, 동경의 마루노우 우치다 안과에서 "퍽 예쁘게" 눈을 손보고 귀국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조선 최초의 미용사' '조선 처음의 직업여성'이란 다채로운 기록을 세웠을뿐더러 일본으로 건너가 한때 영화배우로도 활약하기도 했던 당대의 '셀럽'이었으니 그럴만했다.

1927년 7월 19일 자 『동아일보』에는 오엽주가 '미모의 소유자'로, 200여 명의 경쟁을 뚫고 일본의 제구십구사의 배우로 선발되어 곧 영화에 출연할 것이라는 소식이 실렸다. 말하자면 최초의 '한류' 스타라 할 오엽주의 인생행로는, 그러나 순탄치는 않았던 모양이다. 일본에서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한때 잠적하기도 하고, 상하이에 모습을 나타내는가 하면, 조선으로 돌아와 카페 여급으로 일하다가 화신백화점에 미용원을 여는 등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다.

그래도 오엽주는 당찬 여성이었던 듯하다. 그녀는 화신백화점 화재로 미용원이 문을 닫아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자 일본으로 가서 전기 퍼머넌트 기술을 익혀 돌아와서는 1935년 종로에 '엽주미용실'을 다시 열어 호황을 누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해방 직후까지 언론에 미용법, 헤어스타일 트렌드에 관한 칼럼을 싣는 등 '패션 리더'로 활약했다.

"…난봉꾼이나 기생만 찾는 줄 알고…분을 희게만 발라 놓으면 목적인 달하는 줄 알던…나는 이것을 돈 버는 직업으로 생각하느니보다 조선 부인들을 건강하고도 어여쁘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오 또 반드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기 때문에…미용사도 한 예술가라고 자처합니다."

이건 1936년 『동아일보』에 실린 오엽주의 다부진 토로다. 역시나 시대를 앞서가는 이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말이다. 한데 그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K-뷰티나 '화장'을 넘어 '변장' 수준에 이른 현대 화장술이나 성형술을 보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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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편집고문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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