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2:55 (수)
'창업50년'의 시련… 김준기 동부(DB)회장의 좌초
'창업50년'의 시련… 김준기 동부(DB)회장의 좌초
  • 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iexlover@hanmail.net
  • 승인 2019.10.23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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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차례 '성추문 의혹'…공항선"혐의 인정하지 않는다"
1969년 미륭건설 창업해 2000년대에 10대그룹 신화
국내 그룹 운영 오너 1세대 기업인으론 사실상 유일해

김준기(75) DB(동부)그룹 창업주가 그의 사업 이력 반세기 중 가장 큰 시련기를 맞고 있다. ‘성추문’이란 듣기조차 민망한 사건에 휩싸여 그 동안 공들여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아침 귀국하자마자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공항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전성기에 비해 안 그래도 많이 위축된 그룹 사세(社勢)도 더욱 추락할 공산이 커졌다. 인생 말년에 접어든 기업인 ‘김준기’가 자신의 이미지와 사세 추락을 앞으로 어떻게 막아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준기 회장은 한국의 산업화 60년 역사에 독특한 지위를 확보하면서 견실한 경영 이미지를 구축했다. 국내 창업 1세대급 기업인에 속한다. 국내 창업 1세대의 대표적 기업인인 이병철, 정주영 회장보다 30~40년 늦게 등장해 20~30년 이상 그들과 함께 활동했다. 서진은 공항에서 체포돼 이송되는 장면. 서진=뉴스1.
김준기 회장은 한국의 산업화 60년 역사에 독특한 지위를 확보하면서 견실한 경영 이미지를 구축했다. 국내 창업 1세대급 기업인에 속한다. 국내 창업 1세대의 대표적 기업인인 이병철, 정주영 회장보다 30~40년 늦게 등장해 20~30년 이상 그들과 함께 활동했다. 서진은 공항에서 체포돼 이송되는 장면. 서진=뉴스1.

재계에서 오너 4세 회장들(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등장할 때까지 경영 일선을 지켜왔으니 대단한 저력이 아닐 수 없다. 해방 직전(1944년) 태어나 산업화가 본격화됐던 1960년대 말(1969년) 창업해 앞선 1세대 선배 기업인들과 경쟁하며 10대 그룹을 일궈낸 입지적전인 인물이다.

그는 25세였던 1969년 동부그룹 모체인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창업했다.

올해 창업 50년이 됐다. 그는 군 제대 후 대학에 다니던 중인 1968년 미국을 방문했던 게 창업의 계기가 됐다. 당시 자본금 2500만원과 직원 2명으로 출발했던 그는 2년 후인 1971년엔 동부고속을 설립했다.

미륭건설은 1970년대 초 선도적으로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둬 당시 오일쇼크로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 회복에 나름대로 기여했다. 김준기의 동부가 초석을 다진 시기였다. 그는 해외에서 거둔 외화수익금 전액을 철강, 소재, 농업, 물류, 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에 투자해 그룹 성장의 발판을 다져나갔다. 여세를 몰아 동부그룹은 1990년 한국 재계 20대 그룹에 진입했고, 2000년에는 10대 그룹으로 부상했다.

1971년부터 쓰기 시작한 ‘동부’라는 상호는 마침내 그룹명으로까지 발전하며 그룹의 승승장구를 견인했다. 하지만 46년간 써왔던 이 상호는 사세 위축과 구조조정으로 와신상담(臥薪嘗膽) 중이던 2017년 11월 ‘DB’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동부의 영문명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김준기는 첫 번째 성추문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7년 7월 미국으로 출국했을 당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회장직은 산업은행 총재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이근영(82)씨에게 맡겼다.

사세 위축과 구조조정으로 와신상담(臥薪嘗膽) 중이던 2017년 11월 ‘DB’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동부의 영문명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김준기는 첫 번째 성추문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7년 7월 미국으로 출국했을 당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회장직은 산업은행 총재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이근영(82)씨에게 맡겼다. 자료= DB그룹 웹사이트.
사세 위축과 구조조정으로 와신상담(臥薪嘗膽) 중이던 2017년 11월 ‘DB’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동부의 영문명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김준기는 첫 번째 성추문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7년 7월 미국으로 출국했을 당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회장직은 산업은행 총재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이근영(82)씨에게 맡겼다. 자료= DB그룹 웹사이트.

성추문으로 회장직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비켜나 있긴 하지만 그는 DB(동부)그룹 창업주로써 아직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걸로 봐야 한다. 2세 승계에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격호(97)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몇 년 전 2선 후퇴한 이래 거의 유일하게 국내 오너 1세대 기업인으로 남은 셈이 됐다.

2014년 작성된 당시 동부그룹 45년사는 자신들의 사업 이력을 다음과 같이 구획정리해서 설명했다. (1)미륭건설 시대(1969~1991) : 69년 미륭건설 창업, 80년 재계 30위권 진입, 90년 재계 20위권 진입 (2)동부그룹 시대(1992~2010년) : 2000년 재계 10위권 진입 (3)도약 및 구조조정기(2011년~) : 글로벌 전문기업 지향, 유동성 위기 극복 모색기, 첨단 신성장동력 확보기 등이다.

2014년 이후 동부는 심각한 구조조정과 빚잔치 끝에 동부제철 등 굵직한 제조업 대부분에서 손을 떼게 됐다. 2017년 11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금융·전자계열사 중심의 DB그룹으로 변신해 재기를 꽤해 왔다. 재계 순위는 40위권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DB그룹으로 새 출발해야 할 시기에 거듭된 성추문을 일으켜 과연 그가 경영 일선에 다시 얼굴을 내밀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김준기는 최근 2년 동안 2건의 성추문에 휩싸였다. 먼저 자신의 비서였던 30대 여성 B씨가 김준기의 미국 출국 두 달 뒤인 2017년 9월 그를 고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준기로부터 같은 해 2~7월 상습적으로 추행 당했다는 게 고소 이유였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2018년 1월, 김준기의 가사도우미였던 A씨가 그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2016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그의 별장에서 1년간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중 수차례에 걸쳐 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 사건이 지난 7월 중순 세상에 알려졌다.

김준기는 2017년 7월 말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해 그 동안 피고소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A씨 주장에 대해 김준기 측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합의된 관계였다”며 성폭행 의혹을 부인해 왔다. 또 “주치의 허락을 받는 대로 귀국해 성실하게 조사받을 예정”이란 입장도 내놓았다.

그랬던 그가 10월 23일 2년 3개월 만에 미국 뉴욕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귀국했다. 경찰에 체포된 채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그는 언론을 통해 “제 사건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으며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준기의 비서 성추행 및 가사도우미 성폭행 의혹 사건 모두를 지난해 5월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김준기의 여권을 무효로 한 뒤 인터폴과 공조해 적색 수배를 내렸던 경찰이 이번에 그를 체포한 만큼 향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한국 재계에서 나름대로 역량을 평가 받으며 경영일선에 남아 있던 유일한 1세대급 기업인이었다. 말년에 처신을 잘못해 어이없는 이미지 실추를 당하는 걸 보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아 있는 DB그룹 계열 법인들만큼은 창업주의 이미지 추락과 관계없이 건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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