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9 11:00 (월)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9) AI 시대 '지식경영'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9) AI 시대 '지식경영'
  •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5.12.29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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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머릿속에 있는 잠재된 지식과 노하우를 회사경영에 반영하는 일 긴요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 전부 요구하거나 금전보상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 실패
회사현안에 대해 어떤 의견이나 아이디어 내도 불이익 없다는 확신 심어주길
직원이 회사 현안에 대해 어떤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두 가지는 '내 생각을 남의 머리에 옮기는 것'과 '남의 돈을 내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남의 돈을 회사 주머니로 옮기기 전에, 기업이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직원들 머릿속에 잠재된 지식과 노하우를 회사 쪽으로 끌어당기는 일이다.

많은 회사는 "우리 직원들은 각자의 몫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직원이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 즉 암묵지까지 회사에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직원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맡은 업무 범위 내에서 지식과 스킬을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인식한다. 업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추가 노하우를 굳이 회사에 제공하려 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직원의 암묵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 AI 시대 도래로 지식노동 의존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육체노동이 아닌 개인의 지식과 창의성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여기에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단순 지식·반복 업무는 사람 없이도 가능한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 환경에서 회사가 직원 고용을 지키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직원이 이미 보유하고 있으나 활용되지 않고 있는 잠재적 지식을 끌어내 창의적 문제 해결 영역에 투입해야 한다. 이것이 AI로부터 인간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둘째, 인건비 부담은 복리 구조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는 둔화되는데 직원 연봉은 누적되고, 퇴직금과 4대 보험료 등 부대 인건비 비중도 매년 커진다. 대부분의 기업이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를 해고가 아닌 방식으로 해결하려면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결국 직원 생산성 향상 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 다만 생산성을 특정 업무의 효율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직원 개인이 회사 전체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직원 기여도를 계수로 측정해 성과를 독려하는 방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표인 '매출 인건비율'은 회사 전체의 구조를 보여줄 뿐, 직원 개인의 기여도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전통적인 인사평가제도 역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연초에 목표를 낮게 설정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 높은 등급이 곧 잠재력의 최대 발현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사평가 외에 직원 기여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조직까지 참여했던 6시그마 운동 역시 지금은 상징적인 사례로만 남아 있다.

결국 직원의 회사 기여도를 매출, 이익, 수치 목표로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지표는 대부분 제한된 업무 범위만을 반영할 뿐, 직원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지식의 깊이와 확장성까지 담아내지 못한다. 따라서 회사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축적해 왔지만 회사에 내놓지 않았던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자발적으로 드러내도록 유도하고, 이를 기업의 자산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접근 방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회사가 직원에게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부 회사에 제공하라"고 요구하거나, 금전적 보상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과거 지식경영시스템(KMS)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일부 기업은 개인의 수행 업무와 무관한 지식이라도 회사 온라인망에 공유하면 금전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직원들은 업무 부담 증가, 부서 간 갈등, 추가 업무 전가에 대한 우려로 참여를 꺼렸다. 결과적으로 제도는 정착되지 못했다. 의도는 타당했으나 방법이 잘못된 사례다.

따라서 회사가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제도가 아니라 환경이다.

직원이 회사 현안에 대해 어떤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러한 조직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암묵지를 자산화하려는 시도는, 과거의 실패한 KMS를 반복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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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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