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경고 이상의 조치 받은 115개 중목 중 절반이 정치 테마주
증권시장의 환경이 '모멘텀 투자'에 몰입하게하는 측면도 있어
'기술주 투자의 절대 원칙'이란 책에서 제시한 '투자 기법' 눈길
얼마 전부터 지난 2024년12월3일(여기서 그 날이 무슨 날이었는지 말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느 새 1년이 됐다.) 이 한국증시 대격변의 시작 아니었나 하는 다소 생뚱맞은 생각이 자꾸 머리를 스쳐간다.
물론 그 후 해가 바뀐 다음 2025년4월9일 장중에 금년 저점인 2284.72포인트를 찍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음 날인 2024년12월4일부터 2024년12월9일까지 코스피는 140포인트(5.6%), 코스닥은 무려 9.1%(63포인트)나 하락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은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비관론이 시장을 뒤덮었다. "진작 국장(한국주식) 버리고 미장(미국주식)에 돈을 넣었더라면"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른바 대선 테마주로 불리는 몇몇 주식들은 연일 폭등을 거듭하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2025년4월4일 탄핵심판 선고 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사그라들기 시작했지만말이다. 그 중에는 반년 만에 무려 저점 대비 28배 올랐던 종목(상지건설)도 있다. '최후의 랠리' 는 그렇게 비이성적이었다.
지금은 해당 종목들 거의 전부가 최소 반 토막 내지 7분의 1토막이 나있는 상황이다. KRX(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이 있었던 2024년12월부터 탄핵 선고가 내려진 2025년4월까지 투자경고 이상의 시장 조치를 받은 115개 종목 중 절반이 넘는 60개 종목이 '정치 테마주'였다.
이 기간 동안 대선 테마주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종목들이 이른바 '세력'의 손을 탔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와중에 또 제물로 바쳐진 것은 다름 아닌 개미들의 종자돈일 것이다. 언제나 예외 없이 그 끝은 개미들을 울리는 테마주의 정체는 무엇일까? 테마주는 다 나쁜 종목일까? 단정적으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테마 생성 후 일정 기간을 지나 해당 기업의 펀더멘탈이 시장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과 방향성을 갖추기 시작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 이상 그 회사의 주식은 테마주가 아니다. 성장주 내지 기술주로 바꿔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주가 변동은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거대담론이거나 그보다 하위의 내러티브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우선 인터넷(플랫폼, 콘텐츠, 핀테크 등), 스마트폰, 바이오 및 헬스케어(암·치매 정복, 비만치료, 재생의학 등), 친환경 에너지(태양광, 풍력, ESS등), 전기차 및 2차 전지, 우주·항공 분야 등이 있다.
여기에 자유 진영 내에서 우리만의 확고한 위상을 지닌 조선, 방위산업, 원자력 발전에 이어 AI(인식형, 생성형, 피지컬 AI(로봇), 자율주행차) 광풍이 시장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 반면에 위에서 언급한 정치 테마주 등 사이비 악성 테마주는 그 주식의 최종 보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개미들에겐 악몽일 수 밖에 없다.
개미들의 삶을 망가트릴 가능성이 큰 파괴적 이상 현상이기에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당국의 고도화되고 효과적인 제어 방안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개미들도 시장의 '타짜'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가능한 한 의존적 투자 태도를 멀리해야 한다.
매일 매일 내일 무슨 종목을 사야하는 지를 고민하며 유튜브를 여행하고,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받는 등의 행동보다는 본인 성향에 맞는 투자원칙을 확립하고, 그에 따라 종목을 골라 일정기간 이상 보유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투자 스킬을 익히는 일에 힘을 쏟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실제로 진짜 가치 투자는 아니지만 이런 방식의 투자로 성공한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전업투자자나 은퇴생활자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기내지 초단기 매매 방식의 시장참여는 시장이 늘 좋은 편은 아니기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꾸준히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수익을 내기위해 단기적 관점에서 매일 종목을 연구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고 싶지만 투자를 위해 할애할 시간이 없거나 투자 공부에 별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증권사 창구 상담을 통하거나 스스로 맘에 드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선택하여 투자하면 된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금리가 일상인 시대에 주식투자 행위가 필수는 아니지만 자산의 일부분을 배분하거나 매월 적립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만한 일임이 분명한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의 얘기들은 대부분 모멘텀 투자에 관련된 것이다. 글의 서두에 주식 관련하여 2024년12월3일을 언급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새로운 추세가 생겨난 배경이 그 날 아닌가 하는 기자의 짧은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모멘텀 투자란 무엇인가? 장세가 상승세냐 하락세냐 하는 기술적 분석과 시장 심리 및 분위기 변화에 따라 추격매매 하는 투자 전략이 모멘텀 투자다. 가치투자에서 중시하는 기업 펀더멘털과는 관계없이, 투자심리에 의해 주가가 결정된다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모멘텀이란 주가의 추세를 전환시키는 재료, 해당 종목 주가가 변할 수 있는 근거를 말한다. 쉽게 말해 미국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높다든지, A증권사가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33만원 쯤으로 본다거나, 2026년 코스피 최고치가 6,000포인트를 넘을 것이고 정부 정책 수혜 대상인 코스닥 시장은 더 좋을 것이라는 등의 예측을 근거로 주식을 사거나 파는 행위를 모멘텀 투자라고 한다. 핵심은 추세 추종이다.
20세기 초반 기술적 분석에 입각한 추세매매 기법을 선보인 전설의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가 대표적 인물이다. 조지 소로스와 짐 로저스도 모멘텀 투자자로 분류된다. 그럼 왜 많은 사람들이 가치 투자 대신 또는 가치 투자라고 오해하면서 모멘텀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일까?
당신은 오늘 산 주식의 종가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하다면 모멘텀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의 중심에 사람들의 마음이 놓여있기에 더 그렇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증시는 해마다 꾸준하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여주는 시장이 아니다. 제조업 경기 순환 사이클에 맞춰 추세를 따라 재빠르게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이 반복돼왔다.
그런 까닭에 모멘텀 투자를 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은 현실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도 시장에 만연한 투자 방식이다. 이런 모멘텀 투자로 돈을 버는 일은 쉽지 않다. 다들 자신 있게 덤벼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개월 주가지수가 많이 올라 사정이 좋아지긴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건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모멘텀 투자 방식을 버리고 가치 투자자로 전향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기자는 이 글을 통해 가치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확신도 없다. 어렴풋이 말해보자면 미리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주로 가격이 가치이하로 떨어졌을 때(안전마진이 존재할 때) 매수하여, 보유 주식의 가치가 시간이 가면서 늘어나는 방향성을 추구하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워런 버핏, 템플턴 뮤츄얼펀드의 창립자 존 템플턴 등이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다. 미국증시가 오래 전부터 우리 증시에 비해 장기 성장성이 높고, 세계 최대 규모의 자본시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고배당 주식들도 많아서 투명한 기업정보와 실적에 기반을 둔 장기 가치 투자 환경이 훨씬 좋은 편이다.
또 미래의 가치주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주식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따라서 지난 몇 개월 동안의 상법 개정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효과와 우호적 배당세율 제도 추진 등이 기록적인 코스피 상승과 더불어 한국주식 가치 투자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낳았으리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보는 게 맞다. 여전히 한국증시에서는 모멘텀 투자를 선택하는 개미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연결 된다.(채권 투자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아직까지는 숙명적인 현상일까?
모멘텀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하면서도, 일부 가치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참고할만한 몇 가지 투자원칙을 간략하게 요점만 살펴볼까 한다. 마크 마하니라는 월가의 유명 기술주(인터넷, 플랫폼 주식 중심) 애널리스트가 2022년11월에 발간한 'Nothing but Net'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기술주 투자의 절대원칙'이라는 제목으로 2024년3월 초판이 나왔다. 이미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책이다. 이 책에서 마하니는 특히 ①기술주의 경우 가장 중요한 펀더멘탈은 매출이다. 지속적으로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창출해내는 기업에서 좋은 투자 기회가 생긴다. ②총 도달 가능 시장 규모가 클수록 높은 매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③혁신적인 제품을 두 번 이상 내놓고 매력적인 고객가치 제안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회사를 선택하라. ④경영진이 뛰어난가? 창립자가 이끄는 회사인가? 그들이 장기지향성을 지니고 있는가? 기술적 배경과 운영능력이 있는가? 제품혁신과 고객만족에 집중하는가?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우량주식을 찾는 투자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주식의 가격이 30% 정도 하락했다면 더할 나위없다는 것이다.

